‘1600억 손실 은폐’ 신한증권 임직원 징역형
부서장·직원, 투자 손실 ‘전산 조작’
2년 범행, 성과급 4억7천만원 수령
법원이 1600억원대의 투자 손실을 숨기고 회사 기록도 조작한 혐의를 받는 신한투자증권 임직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7단독 유정훈 판사는 26일 사기와 업무방해, 사전자기록등위작 혐의로 기소된 신한투자증권 부서장 이 모씨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담당자 조 모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유 판사는 판결 후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이들을 법정구속했다.
검찰의 공소 내용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8월 회사 자금 1조2158억원을 이용해 ‘코스피200’ 선물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폭락, 1289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은폐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오히려 스와프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본 것처럼 증권사 전산시스템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2023년 해외 ETF 등을 운용하면서 1085억원 손실이 났는데도 성과급을 받기 위해 관리회계 손익을 조작한 혐의도 받는다. 이 조작을 통해 이씨는 3억4100만원, 조씨는 1억3700만원의 성과급을 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고액 성과급 수령과 승진을 위해 애초 회사가 정한 업무 영역을 벗어난 투기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년 11월부터는 투기 거래량을 늘렸고 이로 인해 2023년 한해에만 108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1~8월에는 572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유 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 손해 규모, 취득한 이득을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들 신뢰를 악용해 저지른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해가 현시점에서 회복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지난해 10월 규정에 어긋난 선물매매로 1300억원대 손실이 났다고 공시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 증권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4월 “준법감시관리자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감사정보분석팀을 가동하겠다”며 “내부통제 이슈 발생 시 전 임원 성과급을 일괄 차감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부점장급까지 확대 적용하는 대책도 내놨다. 신한투자증권측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