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8일 특검 출석, 조사는 불투명
“당당히 응하겠다”더니 지하주차장 출입 고집
특검 “국민 어떻게 생각하겠나” 수용 불가 단호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측이 소환조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공개 출석을 요구하는 윤 전 대통령측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특검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28일로 예정된 대면조사가 성사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27일 내란특검과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팀은 지난 25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즉시 윤 전 대통령측에 28일 오전 9시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협의 없이) 소환 날짜를 지정해 언론에부터 공지하는 것은 특검답지 못하고 너무 졸렬한 행태”라고 비판하면서도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소환 요청에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공언한 대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앞서 특검이 3차례 경찰 조사에 불응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대리인단은 영장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특검 발족 후 일정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도 이같은 윤 전 대통령측 주장을 반영해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당당히 조사에 응하겠다”던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대리인단은 26일 오전 다시 입장문을 내고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며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28일 토요일 10시경 특검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대리인단은 또 “특검이 공개 출석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며 “비공개 출석을 기본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조사에는 응하겠다면서도 비공개 등의 조건을 붙인 것이다.
대리인단은 이날 오후 특검에도 지하 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출석 시간을 10시로 해달라는 요구는 수용하면서도 비공개 출석 요구는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에서 “출석 장소나 시간이 다 공개된 이상 비공개 소환 요청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윤 전 대통령측이) 요구한 건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노무현 전 대통령 누구도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며 “출입 방식 변경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리인단에)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피의자와 윤 전 대통령을) 달리 대우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관점에서 봐야 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박 특검보는 지하 주차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윤 전 대통령측 입장은 “출석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라면 누구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경찰에 이어 특검의 출석 요구도 거부하는 것으로 보고 체포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하 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일단 28일 특검으로 나가 협의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측 변호인은 27일 언론공지를 통해 “출입방식과 관련해 협의가 안 되더라도 내일 가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현장에서 또 한번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측은 또 특검 대면조사에 김홍일, 송진호 변호사가 입회한다고 공지했다.
특검팀도 윤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고검에 마련된 조사실에는 영상 녹화를 위한 장비도 갖춘 상태다. 특검팀은 체포영장 발부시 곧바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에 대비해 이미 상당한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체포영장에 적시된 체포영장 집행 저지와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혐의 외에도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 의혹 등 12.3 내란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질문지를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할 내용이 방대한 만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하루 만에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수시로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