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려아연 신주발행 무효”… 영풍 1심 승소

2025-06-27 11:30:29 게재

“정관상 외국합작 법인은 고려아연 참여 전제”

보통주식 104만5430주 신주 발행 무효

영풍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무효 소송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가 2023년 9월 13일에 한 액면금 5000원의 보통주식 104만5430주의 신주발행을 무효로 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관에 명시된 ‘외국 합작 법인’은 피고의 참여없는 외국인 투자자 또는 상대방 법인으로 해설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고가 합작 법인으로 참여하지 않은 HMG 신주 발행은 정관을 중대하게 위반해 기존 주주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상법과 정관에 의하면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 법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제삼자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서도 “(정관은) 피고의 참여를 전제로 한 외국 합작 법인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풍측이 고려아연의 신주 발행이 경영권 방어 목적이었다는 주장은 받아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를 보면, 증거에 의하면 친환경 신사업을 통한 중장기 사업으로 신주가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경영권 분쟁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경영권 강화만을 위한 신주 발행으로 보긴 어렵다”라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현대차그룹의 해외계열사인 HMG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신주 104만5430주를 발행했다. 당시 양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협력 등을 약속했고, 현대차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5%와 이사회 의석 한자리를 확보했다.

이에 영풍은 지난해 3월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 발행을 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현 경영진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자 고려아연측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했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맞섰다.

지난해 3월 제기된 소송은 1년 3개월 동안 7차례 변론기일을 거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이 이어온 지배권 분쟁에서 중립을 지켰다. 작년 12월부터는 고려아연 이사회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한편 영풍은 선고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정관의 법적 구속력과 주주권 보호의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으로 환영한다”며 “회사의 정관을 위반하면서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법적으로 무효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풍은) 앞으로도 모든 주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도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1심 재판부는 당사의 신주발행에 대해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다만 당사가 외국의 합작법인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정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고등법원의 판결을 구하는 항소심에서 외국의 합작법인과 관련된 당사 정관의 제정 취지와 의미를 보다 상세히 소명하고, 그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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