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MBK 제재, 수사·재판 이후로 미뤄지나

2025-06-30 13:00:01 게재

사기적 부정거래혐의 결과 기다릴 듯

내부통제 위반혐의 등 제재 수위 검토

금융당국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지만 제재 결과는 수사·재판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제재 수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사기적 부정거래혐의여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사건 관련, MBK 엄벌과 피해회복을 위한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 물품 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MBK파트너스 검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사기적 부정거래혐의와 내부통제 위반혐의 등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행정조치에 필요한 제재 수위 등도 검토하고 있지만 사기적 부정거래혐의 포함 여부에 따라 제재 양정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일단은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금감원은 홈플러스·MBK파트너스 경영진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이전부터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고 사전에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한 정황 등을 포착해 긴급조치(패스트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

자본시장법은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형사적 처벌 조항과 함께 금융당국이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대해 해산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제재 조항이 있다.

금감원은 사기적 부정거래혐의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LP)의 이익을 침해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채권처럼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상환권과 특정 조건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이다. 홈플러스는 국민연금의 RCPS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전환하면서 부채비율을 낮췄지만 국민연금은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밖에도 MBK파트너스가 PEF의 업무집행사원(사모펀드 운용사, GP)으로 정관을 위배했는지 여부와 출자자에 대한 보고의무 위반 혐의 등도 살펴보고 있다.

다만 사기적 부정거래혐의를 제외하고 출자자 이익 침해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혐의 등으로 행정 조치를 할 경우 제재 수위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와 관련된 제재 강도는 세지만, 다른 법규 위반과 관련한 PEF 제재 수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사기적 부정거래혐의에 대한 수사·재판 결과가 나와야지 제재 절차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재판과 별개로 금융당국이 사기적 부정거래혐의에 대해 행정 제재를 할 수 있지만 수사에서 무혐의,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될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다면 적어도 1심 판결 이전에 당국의 제재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지난 4월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상당 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곧바로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해서는 출국정지 조치를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사기적 부정거래혐의를 입증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압수한 자료가 방대해서 분석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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