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담대 규제에 하반기 가계대출 직격탄

2025-06-30 13:00:06 게재

상반기 순증액 20조원 넘어, 향후 급증세 꺾일 듯

하반기 대출전략, 기업대출 확대 경쟁 격화할 듯

은행권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기업대출 경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지만 정부의 초강력 규제 조치로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는 가팔랐다.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순증가액은 21조1000억원에 달했다. 주담대 순증액도 19조200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지난해 상반기 전체 은행권 주담대 순증액(17.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2023년 상반기(6.2조원)보다 3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올해 2분기 증가세는 가파르다. 5대 은행 주담대 증가세는 4월 3조7000억원에서 5월에는 4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6월은 지난 26일까지 약 3조9500억원으로 월간 증가액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증가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도 4월(4.5조원)과 5월(5.0조원)에 이어 6월도 26일 기준 약 4조91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2분기 이후 주담대가 급증한 데는 강남지역을 넘어 서울 전지역으로 집값 급등세가 확산하면서 대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7월 이후 3단계 스트레스DSR 시행을 앞두고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수도권 주담대 상한액을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꺾이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대 어느 정부 때도 없었던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상한을 못박으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자산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 84㎡ 아파트를 기준으로 주택가격과 소득에 따라 최대 10~20억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 6억원 이상은 안되기 때문에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알짜 고객을 잃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컨대 강남에서 30억원 아파트를 구매할 때 소득이 1억원대 중반만 되더라도 최대치인 15억원 대출이 가능했다”며 “앞으로 대출액 6억원이 상한이면 20억~30억원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막대한 현금이 필요해 주담대 수요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초강력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은 하반기 기업부문에 대한 여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부의 조치에는 전세 및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 가계부문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어 기업대출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기업대출을 둘러싼 환경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발 고율 관세에 따른 수출기업의 대외 환경이 불확실하고, 내수도 침체돼 기업을 둘러싼 여건이 부정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권 기업대출 부실이 최악의 경우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은행들이 마냥 기업대출에만 매달리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한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최근 새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의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은행이 더 이상 대출을 통한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금융산업 진출 확대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요구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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