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조원 규모 벤처 펀드 만든다

2025-07-01 13:00:19 게재

서울 비전2030 펀드 5조원 조성 일환

기존 출자분야 외에 AI 대전환에 집중

서울시가 올해 1조원 규모 벤처캐피탈 펀드를 조성한다.

새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벤처투자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일 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달 중 ‘서울 비전 2030 펀드’를 신규 조성한다. 출자금액은 이달 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이 통과된 뒤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 비전 2030 펀드는 미래 유망산업을 발굴하고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시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5조원의 벤처캐피탈(VC)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시 예산 3500억원을 출자하고 정부와 민간 재원을 모은다. 2023년 첫해에 약 1조3300억원, 지난해 약 1조2000억원을 조성해 목표액의 절반을 달성했다.

분야별 출자예정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년과 비슷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첫해 700억원, 지난해에는 810억원을 자체 출자했고 스케일업 분야에 가장 많은 200억원을 배분했다. 조성목표액은 디지털대전환이 2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

서울시가 대규모 펀드 조성에 나서자 투자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서울 비전 2030 펀드는 공공이 앞장서 출자금을 만드는 매칭형 출자 사업이라 운용사들이 추가로 펀드 조성에 나서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범위도 넓고 예산 규모도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벤처투자자들 입장에선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800개 기업 투자, 1만2천명 고용 창출 = 서울시가 조성한 벤처 펀드는 그간 적지 않은 성과를 일궜다. 미래혁신성장펀드는 약 500개사에 투자했고 바이오 허브와 연계한 기업 316개사가 펀드를 통해 투자를 받았다. 투자받은 470개 기업에서 일자리 8236개가 늘었고 바이오허브 기업도 1967명 고용을 창출했다. 펀드 투자 기업들의 총 매출은 투자 이전과 비교해 약 1조2800억원이 증가했다.

서울시 펀드 투자를 통해 업계 대표기업으로 도약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창업 초기 단계에서 투자를 받았던 ‘직방’은 이후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대표 부동산 정보 공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AI를 기반으로 위성영상을 분석하는 스타트업인 ‘다비오(Dabeeo)’도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을 기반으로 초기 투자를 유치한 뒤 성장 가도에 올랐다. 최근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5000억원대 판권 계약에 성공한 ‘큐어버스’도 서울시 펀드 투자 기업이다.

◆투자 장벽 낮추고 체감 지원 늘려야 = 다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펀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규모만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투자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1조원이나 되는 펀드 투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투자되는지 궁금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사모펀드가 아닌 만큼 투자기업 등에 대해 공개·투명성을 높이고 공공 펀드의 조성 취지를 살려 가능성이 조금 낮더라도 소규모·창업 초기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가진 자원을 스타트업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는 자율주행, AI 행정, 스마트도시 인프라 등 광범위한 실험공간 기능을 갖추고 있는 거대한 플랫폼”이라며 “시의 다양한 실증사업에 신생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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