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국인 관광객 씀씀이 둔화

2025-07-01 13:00:25 게재

외국인 면세점 매출 40% 감소 “엔화가치 상승으로 소비 감소”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내 소비 증가세가 꺾이는 흐름이다. 상대적으로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도 둔화할 조짐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베리타스는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소비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일본백화점협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8% 감소해 3개월 연속 줄었다. 감소율도 2021년 2월(-60.7%)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폭이다.

외국인의 일본내 소비가 감소하는 데는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전년 대비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5월 말 기준 달러당 157엔 수준이었던 환율은 올해 5월 말 143엔대로 9% 정도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외국인 방문객 입장에서 일본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비싸진 셈이다.

외국인의 일본내 소비는 거시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 증가했지만, 외국인 방문객의 수요를 보여주는 ‘비거주자 가계의 국내 직접구입’의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0.4%에 달했다. 그만큼 일본 경제성장에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호시노 타쿠야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여행의 상대적인 저렴함이 후퇴하면서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으로 수출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한 기대도 어려운 가운데, 외국인 방문객의 소비 감소는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정부관광국(JNTO) 발표에 따르면, 올해 5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9만33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4월(390만8900명)보다 21만명 가량이 줄었지만, 지난해 동기에 비해 21.5% 증가한 규모이다. 5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라고 JNTO는 설명했다.

다만 일본에 들어와 실제 머무는 기간은 짧아졌다는 분석이다. 1인이 숙박한 기간을 모두 합쳐 집계한 외국인 숙박자 수는 지난 5월 15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이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율(21.5%)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그만큼 여행 기간이 짧아졌음을 시사한다. 5월 외국인 숙박자 수는 올해 1~5월 누적(20.1%)과 지난해 1~5월 누적(62.3%)에 비해 증가세가 확연히 꺾이는 흐름이다.

일본 관광청이 발표한 내국인을 포함한 일본내 숙박자 수는 올해 5월 5638만명으로 지난해 5월 대비 3.7% 증가했다. 다만 올해 2월(-1.6%)과 3월(-0.1%) 두달 연속 줄었다. 내외국인을 합친 일본 국내 숙박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1년 11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닛케이베리타스는 “길어지는 고물가로 불요불급한 여행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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