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 주도주, 자동차서 엔터주로 바뀌나
소니 등 엔터 관련주 1년새 시가총액 30% 가까이 급등
도요타 등 자동차는 20% 감소, 엔터주에 시총 규모 밀려
“미국발 관세 영향없고, 성장성도 좋아 주가에 큰 영향”
일본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바뀔 조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4만487.39로 장을 마쳐 전날 대비 0.84%(336.60) 상승 마감했다. 일본 증시에서는 역사적 고점(4만2224) 돌파도 시야에 들어왔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도 빠르게 바뀌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일본 주식시장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이 바뀌고 있다”면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가의 상승이 빠르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 분석에 따르면, 소니그룹과 닌텐도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엔터 관련 기업 9개사의 시가총액은 30일 기준 57조2000억엔(약 540조원)으로 지난해 7월 이후 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관련 기업 9개사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8% 감소해 엔터 관련주에 근소하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30일 지수(4만487)가 지난해 7월 17일 이후 최고 수준인 점을 고려해 당시 개별 종목의 시가총액 대비 증감폭을 비교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실제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 변동을 살펴보면, 게임기 등을 제작하는 닌텐도는 이 기간 6조7000억엔 증가해 18조250억엔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미국발 방위비 예산 증액 압력 등으로 같은 기간 시총이 5조4000억엔 커진 미쓰비시중공업(약 12조 1800억엔)을 넘어선 수준이다.
소니그룹도 4조엔 이상 늘어 증가폭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통적인 전기전자 업종과 금융업 등도 영위하지만 대부분의 이익이 게임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나오는 소니는 더 이상 제조업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밖에 1조6000억엔 증가한 코나미그룹과 반다이남코홀딩스(1.2조엔) 등도 1조엔 이상 시가총액이 늘었다.
일본 증시에서 엔터 관련주의 주가가 급등하는 데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발 관세와 경기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과 세계적으로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컨텐츠가 성장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닌텐도는 전체 매출에서 게임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53.5%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8년(25%)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의 인기 캐릭터 ‘헬로키티’를 만든 산리오는 지적재산권(IP)을 통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산리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9%로 일본의 주력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닌텐도(53배)와 산리오(39배)가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36배)를 넘어선다.
이에 비해 미국발 관세 압력과 중국발 전기자동차(EV) 공세 앞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자동차 관련주는 후퇴하고 있다. 도요타는 여전히 시가총액(약 39조4000억엔)이 가장 큰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지만 지난해 7월 이후 12조엔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혼다도 1조7000억엔 줄었고, 닛산 등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와타나베 히로시 티로우프라이스재팬 영업본부장은 “일본은 주간 만화잡지 등 효율적으로 신인을 발굴하는 구조가 가능하고, 제조업을 대신해 일본의 강함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며 “기술력에서 중국의 맹추격을 받는 제조업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 외국인 투자자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