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으로 질문자 선정, 국민사서함 질의에도 답변
이 대통령, 취임 30일 만에 첫 기자회견
가깝게·새롭게·폭넓게 ‘탈권위’ 컨셉
옥천신문 등 풀뿌리 언론 질문도 받아
3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통상 취임 100일 때 하던 첫 기자회견을 두달 이상 앞당긴 것도 이례적인 데다 추첨 방식 질문자 선정, 기자들과 대통령 간 거리를 대폭 줄인 자리배치로 탈권위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풀뿌리 언론 및 국민사서함 등의 온라인 질의에도 대통령이 직접 답변을 하는 등 대통령실 출입 언론사 외에도 더 넓은 범위의 질문에 답하며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말씀 중에서 ‘가깝게, 새롭게, 폭넓게’라는 3가지 컨셉을 선정했다”면서 “30일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갖게 된 것은 언론이 대통령과 국민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고 대통령이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라는 제목이 붙었다. 오전 10시 직전 참석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영빈관에 입장한 이 대통령은 짧은 모두발언 후 곧바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질문자 선정은 추첨 방식과 대통령 지목 방식이 혼합됐다. 기존 관례상 대통령실 대변인이 손을 드는 기자 중 무작위로 지목하는 방식이 많았는데, 이 경우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가 주로 지목되는 것 아니냐, 또는 미리 질문을 사전조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따라붙곤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주최측에서 질문자를 지목하는 방식이 되면 ‘약속대련’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새로운 방식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기자들이 질문 주제별로 마련된 함에 자신의 명함을 넣은 후 추첨 결과에 따라 질문하거나, 이 대통령이 직접 손을 든 기자들 중 일부를 지목했다.
질문 주제는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3개 주제로 나눠졌다. 이후 자유주제 시간을 마련해 별도 질의응답도 이뤄졌다.
자유주제 시간에는 대통령실 출입사가 아닌 풀뿌리 언론과 국민들과 소통 창구로 개설된 ‘국민사서함’에 접수된 질문 일부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답변했다. 옥천신문·설악신문·담양뉴스·뉴스민·평택시민신문·서귀포신문 등 풀뿌리 언론의 기자들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았다. 자리배치도 대통령과 기자들 간 거리를 1.5m 내외로 좁히는가 하면 대통령 좌석 쪽에도 따로 무대를 설치하지 않아 기자들과 대통령이 같은 눈높이에서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물리적 거리도 가깝게, 행사장도 화려하지 않게 한 ‘탈권위’ 기자회견”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은 KTV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됐다. 이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절박한 각오로 쉼 없이 달려온 지난 30일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4년 11개월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당면한 현안부터 국정의 방향과 비전까지 주권자 국민의 질문에 겸허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