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해외점포 인도네시아에서만 적자 확대
작년 1억5800만달러 적자 … KB뱅크, 4억달러 순손실 영향
올해 1분기 흑자 전환 … 금융당국 “아직 안정적인 수준 아냐”
지난해 국내은행 해외점포들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만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국내은행들은 1억5800만달러(약 21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 1억300만달러 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1년부터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은행들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는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적자가 확대된 이유는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의 순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KB뱅크는 3억9557만달러(약 5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3억7700만달러(약 5140억원)보다 손실이 더 발생했다.
KB뱅크는 2020년 순손실 규모가 434억원에서 2021년 2725억원, 2022년 802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비율)도 10%대에서 2023년 9.70%, 지난해 8.74%로 다소 낮아졌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KB뱅크의 위험대출비율이 높고 순이자마진이 매우 낮다는 점, 노후화된 시스템과 표준화되지 않은 대출 승인 프로세스로 인해 전반적인 위험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를 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2022년말 12.39%, 2023년말 11.18%, 지난해 7.82%로 높게 나타난 것은 KB뱅크의 영향이 크다. 캄보디아에서도 부실채권비율이 6.15%로 높게 나타났지만, 미국(1.32%)·중국(0.85%)·홍콩(0.05%)·영국(0.02%)·일본(0.26%)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지분을 처음 인수했던 2018년말 이미 부실채권비율은 6.67%로, 당시 인도네시아 상업은행 평균인 2.3%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 때문에 부실은행 인수가 논란이 됐고 KB국민은행은 3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KB뱅크 정상화에 쏟아 부었다.
KB국민은행이 KB뱅크를 우회 지원한 사실도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KB뱅크의 부실자산을 KB국민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한도성 대출 653억원을 제공한 혐의다.
다만 KB뱅크는 올해 1분기 2199만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본적정비율이 올라가고 위험대출비율이 감소했으며 순이자마진도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화된 대출 승인 절차 도입 등도 리스크 관리에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이행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고, 은행의 개선 노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은행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16억1400만달러(2조2000억원)으로 전년(13억3000만달러) 대비 2억8400만달러(21.3%) 증가했다.
총이익이 1600만달러 줄었으나 대손비용이 4억9900만달러 감소하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지난해 국내은행 당기순이익(22조2000억원) 대비 10% 수준이다.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당기순이익이 각각 2억3400만달러, 4900만달러 증가한 영향이 컸다.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부실채권비율은 1.46%로 전년말(1.74%) 대비 0.28%p 하락했다.
총자산은 2170억8000만달러로 전년말(2101억9000만달러) 대비 68억8000만달러(3.3%) 증가했다.
미국이 357억9000만달러로 가장 크고 중국(318억3000만달러), 홍콩(247억40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싱가포르(159억4000만달러)와 인도네시아(149억1000만달러), 베트남(146억6000만달러)는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