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업재기업, 데이터센터 시장 속속 진출
게이츠 인더스트리얼, 제너랙, 허니웰 등
미국 산업재기업들이 빠른 성장세의 데이터센터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부문은 인공지능(AI) 호황에 따라 수천억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시장이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동력전달 솔루션 기업 ‘게이츠 인더스트리얼(Gates Industrial)’과 소형발전기 제조사 ‘제너랙(Generac)’은 예비전력용 발전기나 냉각펌프 등 데이터센터 전용장비를 제조·판매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아마존과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항공기 엔진, 물류로봇 등을 제조하는 시가총액 1530억달러의 산업재 대기업 ‘허니웰’ 역시 냉각시스템 솔루션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 크리스 스나이더는 “AI를 등에 업고 초고속 성장이 진행중”이라며 “지난 3년 동안 데이터센터 고객기업들에게 받을 수 있는 가격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에 앞서 캐터필러와 커민스, 존슨컨트롤스 등 상장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호황에 올라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무역장벽 등으로 제조업과 상업부동산 기업들의 산업재 지출이 압박을 받는 상황을 이겨낸 것. 커민스 주가는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32%, 캐터필러 주가는 68%, 존슨컨트롤스 주가는 76% 상승했다.
미국 제조업 활동은 최근 수개월 둔화세를 보였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해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국면에 머물러 있다. 반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올해 회계연도에만 4000억달러 이상이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3/4 이상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로, 내년에도 이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허니웰 CEO 비말 카푸르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데이터센터처럼 고성장 산업으로의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분야는 경기와 무관하게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니웰은 지난 18개월간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 제어장비에 집중해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뤘다.
모간스탠리의 스나이더 애널리스트는 “장비 판매와 이에 따른 유지보수 사업으로 산업재기업들이 장기적 수익을 얻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시장 진입에 성공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향후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흐름이 꺾일 경우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 인더스트리얼은 본래 중장비 트럭 부품 제조사지만, 최근 서버랙에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펌프 및 배관 설계를 통해 데이터센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고성능 AI 훈련용칩인 엔비디아의 ‘블랙웰(Blackwell)’ 칩이 액체냉각을 필수로 요구하면서 중요성이 부각된 분야다.
게이츠의 글로벌 제품관리 부사장 마이크 해엔은 “대부분의 장비는 어느 정도 고객 맞춤형이지만, 기존 산업용 제품들도 데이터센터에 쉽게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가정용발전기 제조사인 제너랙은 하이퍼스케일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제너랙 주가는 본업인 가정용발전기 수요 감소로 2021년 고점 대비 75% 하락한 이후,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 및 전기차충전 사업 등으로 다각화를 추진중이다.
제너랙의 데이터센터 부문 책임자 리카르도 나바로는 “대형 프로젝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했다”며 “데이터센터 시장은 독특한 영역이다. 기존 산업경기가 둔화돼도 이쪽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