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 추진…금감원 쪼개기에 커지는 반대 목소리

2025-07-07 13:00:02 게재

금소원 신설에 금감원 노조 “중복 규제와 비효율”

금융노조 “책임 회피, 중복 규제 등의 혼란 초래”

금감원 내부에서도 우려와 반발 여론 적지 않아

정부 조직 개편과 함께 진행될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별도 기구로 설립하는 방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전국금융노조산업조합이 잇따라 반대 성명을 냈으며 금감원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아직까지 확정된 안으로 저희들이 정리해서 보고하거나 하는 절차는 없었다”며 “며칠 더 걸려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고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와 합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금융감독 조직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닥을 잡았다. 금감위 산하에 금감원을 두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동안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 기능을 함께 수행하면서 금융산업의 육성 및 대규모 기업집단의 보호라는 금융산업정책을 위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이라는 금융감독정책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고 평가, 현재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집행을 담당하는 금감원이 분리됨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검사 과정에서 제도개선 사항이 금융감독정책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확대되는 문제점이 야기됐다는 것도 여당의 평가다.

금융산업정책에서 금융감독정책을 떼어내서 독립된 금융감독의 정책과 집행을 수행하는 통합기구를 만드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기능을 분리해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복수안을 마련해 대통령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으로 격상하자는 방안은 단순히 소비자보호기능 분리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반대 주장이 만만치 않고 국정기획위도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원을 별도 설치했을 때 금감원과 어떻게 역할 조정을 할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금소원이 현재 금소처의 기능만 그대로 수행한다면 검사권이 없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내에 금소처가 있을 때보다 실질적인 역할은 줄어들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금소처에 검사권이 없어도 정기인사를 통해 현업 부서로 돌아간 직원들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적발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금소처에 협조하고 있지만, 별도 기구로 분리돼 인사 교류가 단절되면 금융회사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소원에 검사권을 부여하면 금감원 검사부서와 업무 중복에 따른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2016년 당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금융회사의 중대·반복적인 법규위반 사항을 검사하는 준법검사국 신설했지만, 건전성 감독·검사 조직과의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업무 중첩과 금융사들의 이중 부담 등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했다.

특히 금소원에 검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영국의 금융행위감독청(FCA)과 유사한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과 같다. 금소원이 금융회사의 영업행위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현재 금감원은 건전성만 담당하고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금소원이 행사하게 된다.

현재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김은경 교수는 금감원 소비자보호처장을 역임했고 금융위 해체와 금감원 독립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 교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법적 제언’이라는 논문에서 “금융소비자보호 및 피해 구제 등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금소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불공정거래 조사부서와 회계감리조직 등 금감원의 자본시장·회계조직 절반 가량이 금소원 산하로 이동하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소원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현재 금감원은 껍데기만 남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소원을 설립하더라도 조직 구성을 어떻게 할지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면서 산하에 금소원을 두는 방안,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원회) 를 신설해 산하에 금소원을 두고 금소원장이 금소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안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금감위와 금소위원회가 양립하는 구조가 되면 갈등의 소지가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노조는 4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환영한다”면서도 “금소처를 외부로 분리하기보다는 금감원 내부에서 기능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외부기구 신설은 중복 규제와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으며, 기존 감독기구 내부의 권한 강화와 제도 정비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금융노조도 성명을 통해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동감한다”면서도 “실질적 원인 분석과 현장 진단 없이 기구만 이원화하는 방식은 감독 공백과 금융사고를 근절할 수 없고, 책임 회피, 중복 규제 등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노조는 또 “실제로 유사한 체계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기관 간 권한 충돌과 과도한 규제로 금융사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내부게시판에는 금소원 분리를 주장해온 특정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글이 게시됐고 영국 사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글도 올라와 있다.

영국 FCA와 건전성을 감독하는 건전성감독청(PRA)이 경쟁적으로 감독범위를 확장시켰고 중첩된 업무확장을 통해 FCA와 PRA의 예산·인력은 계속 증가한 반면에 금융사들의 부담은 갈수록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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