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10년 내 ‘꿈의 초지능사회’ 목표”
오픈AI와 ‘스타게이트’ 추진, “50년 전 꿈 이뤄질 때” … "무모하다" 비판, 자금조달 우려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인공지능(AI)분야에 잇따라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 발전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기존 ‘비전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자사업과 통신업에서 AI분야로 주된 사업을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언론은 손정의 SBG 회장이 차세대 AI리더를 자처하면서 인공지능을 넘어선 ‘초인공지능(ASI)’을 실현하는 AI혁명에 인생 2막을 걸고 도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열린 제45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50년 전 꿨던 꿈이 이뤄질 때가 오고 있다”고 했다.
AI혁명에 5000억달러 투자 발표
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정기 주총에서 “복잡한 연립방정식이 풀렸다. 손정의가 태어난 이유는 ASI를 실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창업 당시 컴퓨터 관련 제품 유통회사로 시작해 인터넷(야후재팬) → 통신회사(소프트뱅크) → 투자회사(비전펀드) → 반도체(Arm) 등의 사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AI혁명을 넘어 향후 10년 이내에 ASI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는 분석이었다.
손 회장은 이후 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AI인프라 투자계획으로 샘 올트먼의 오픈AI와 함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포함해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675조원)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2월에는 오픈AI와 함께 기업을 대상으로 한 ‘크리스털 인텔리전스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통합하는 시스템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지난 4월에는 오픈AI에 올해 말까지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7월 영국 IPU 개발업체 그래프코어(Graphcore)를 인수했다. 이 기업은 AI칩 분야 개발에 주력했지만 상용화에 고전해 왔다. 올해 3월에는 미국 반도체 전문기업 암페어(Ampere)를 65억달러(약 8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암페어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적절한 에너지 절약형 중앙처리장치(CPU)에 강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2016년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에 이어 최소 3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을 자회사로 두게 됐다. 손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두 기업은 Arm의 설계도를 최종적인 칩 제품으로 만드는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며 “Arm이 칩의 ‘전공정’인 설계도면 중심이라면, 두 회사는 ‘후공정’ 노하우를 갖고 있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SBG가 향후 Arm과 최근 인수한 기업의 협력을 통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신문은 “Arm의 회로설계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에 사용하는 CPU에 강한 암페어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Arm은 스마트폰 연산에 사용하는 IP칩 설계에서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투자회사에서 반도체회사로 변신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AI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는 미국 각지에 데이터센터를 세워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도 필요하다. 더구나 소프트뱅크는 물밑에서 반도체 개발과 제조, AI를 탑재한 로봇 사업까지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회사에서 실제 제품을 만드는 제조회사로 방향을 돌린 것은 그룹의 자산 구성에서도 변화가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당초 인테넷과 통신사업을 주력사업으로 벌여온 소프트뱅크는 2019년 말 전체 자산의 54%가 중국의 알리바바 지분이었다. 여기에 미국 스프린트와 일본 통신사업자 소프트뱅크 등이 각각 20%, Arm 지분이 10%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소프트뱅크 전체 자산 38조7000억엔(약 368조원) 가운데 Arm 지분이 40%를 점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이 회사가 지금은 소프트뱅크의 주력 산업이 된 셈이다.
그룹의 AI전략을 담당하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가 차지하는 자산 비중도 같은 기간 11%에서 28%로 커졌다. SVF는 지난해 말 기준 498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54개 기업은 신규로 기업공개(IPO)를 했다.
손 회장이 구상하는 미래 ASI 구상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향후 5000억달러 투자계획도 전례가 없는 규모여서 자금조달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일본 자본시장에서는 앞으로 손 회장이 아랍에미리트연합(USE) 투자회사 MGX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의 투자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도 있다. 5000억달러 투자계획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소프트뱅크가 100억달러도 준비돼 있지 않을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손 회장은 창업 이후 여러번 대담한 승부를 통해 소프트뱅크의 명성을 만들어왔다”면서도 “이번 계획의 실현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올해 그룹의 연결영업이익이 1조엔(약 9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소프트뱅크 자사 미디어인 소프트뱅크뉴스에 따르면, 미야가와 준이치 사장은 주총에서 지난해 9890억엔의 영업이익을 거둬 당초 목표치 9000억엔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미야가와 사장은 “AI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가면서도 당초 목표를 1년 앞당겨 달성했다”고 밝혔다.
손정의, 주총에서 45분간 ASI 비전 특강
손 회장은 지난달 27일 주총에서 45분 이상 자신이 구상하는 AI시대의 미래에 대해 강연했다. 아래는 창업 이래 45년간 때로는 “돌출적이고, 무모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구상을 진일보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손 회장의 강의를 요약한 내용이다.
“(주총장에서 한장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진은 1975년, 내가 17살 때 미국 유학중 처음 본 사진이다. 마이크로컴퓨터 칩 사진이다. 손톱만한 크기였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대학에서 IBM 컴퓨터 단말기를 조작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막 배우기 시작하던 때다. 나는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나는 이 칩이 진화를 계속해 하나의 칩에 탑재되는 트랜지스터가 비약적으로 늘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상상했다.
인간의 뇌는 불가사의하게도 큰 충격을 받으면 잠재의식에 줄곧 남아 마치 트라우마와 같이 뇌에 새겨진다. 나는 이 칩의 사진을 투명한 책받침에 끼워놓고, 마치 아이돌 가수 사진을 보듯이 걸을 때도 잘 때도 옆에 끼고 살았다.
AI라는 말은 널리 알려졌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인공’과 ‘지능’ 사이에 ‘슈퍼’가 들어간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란 무엇인가. 이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이다. AI라는 말이 사용된 것도 비교적 최근이지만, 내가 처음 칩을 본 50년 전부터 ‘인간의 뇌를 넘어서는 초지능’이라는 컨셉은 바뀌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변해 왔다. 밖에서 보면 언제라도 망할 것 같은 회사였다. 단순히 돈만 좇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비전펀드도 만들었다. 성공도 실패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익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도 인수했다. 인수 이후 잠깐 이익이 감소하면서 "이 사업도 실패했다"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Arm도 결과적으로 커다란 성장을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앞으로 10년후 소프트뱅크는 어떤 회사로, 무엇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헌했다는 말을 들을 것인가. 바로 ASI의 ‘글로벌 넘버원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17살 때부터 가졌던 생각이 드디어 실현 가능한 시기에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Arm과 오픈AI는 두개의 기둥이 될 것이다. Arm은 마이크로컴퓨터 칩 설계도와 그 핵심기술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설계도에 기초해 제조사가 칩을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둥은 오픈AI다. 우리는 오픈AI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지금도 대주주다. 우리가 오픈AI에 투자한 금액은 비상장 기업 한곳에 대한 것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현재 오픈AI의 시가총액은 40조엔(약38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요타의 30조엔을 웃도는 규모다.
오픈AI가 제공하는 AI능력은 올해 모든 학문의 박사급 시험에 합격할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 박사급 시험의 합격자는 전인류의 0.1% 정도이기 때문에 이미 평균적인 인간의 지능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는 의미다. AI가 ‘생각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든 돈을 벌고, 커다란 승부를 하기 위해 재원이나 인재를 확보해 왔다. 오늘은 드디어 그 준비가 끝나고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초지능 세계에서 1등이 되고 싶다’는 꿈을 선언하는 날이다.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되겠다”고 생각하면 된다. 강렬하게 원하고 믿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