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30년 만에 소득기반으로 개편
적용기준 ‘근로시간’에서 ‘보수’로 변경 … 실시간 소득파악 사각지대 해소, 개정안 10월 국회 제출
1995년 고용보험 도입 이후 30년간 유지해 온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기준이 ‘소정 근로시간’(주 15시간)에서 소득기반인 ‘보수’로 바뀐다.
고용노동부는 7일 소득기반 고용보험 개편을 위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는 2023년 3월부터 노·사·전문가가 11차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고용보험위원회’(위원장 고용노동부 차관)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보험 도입 이후 30년간 유지해 온 근로자의 고용보험 적용기준을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개편한다.
또한 국세 정보로 파악된 근로자별 소득자료를 토대로 가입 누락자를 직권가입시켜 고용보험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아울러 국세소득신고로 대체할 수 있는 고용보험 신고는 폐지 또는 간소화하고 고용보험 행정을 통해 구축된 실시간 소득자료를 각종 일자리 사업 지원대상 발굴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한다.
현재 근로자 고용보험 적용기준은 소정 근로시간(주 15시간)이다. 그러나 소정 근로시간은 현장조사를 통해서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가입 누락 노동자 발굴 및 직권 가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결과 노동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야 함에도 사업주가 신고를 누락해서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기준은 ‘소정 근로시간’에서 ‘보수’(소득세법상 근로소득 – 비과세 근로소득)로 바뀐다.
적용기준이 소득으로 바뀔 경우 행정자료 중 가장 광범위한 국세소득자료에 대한 전산 조회만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가입 누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세청에서 구축 중인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와 연계할 경우 미가입 노동자를 매월 확인해 직권 가입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노동부는 “고용보험의 보호가 꼭 필요한 취약근로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수의 사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각각의 사업에서 소득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합산한 소득이 소득기준을 넘는 경우 노동자의 신청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징수기준도 월 평균보수에서 실 보수로 변경된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2026년 1월부터 사업주가 매월 상용노동자 국세소득을 신고하게 되고, 고용·산재보험료 징수기준은 전년도 월평균보수에서 국세청에 매월 신고하는 당해 연도 실 보수로 변경된다.
사업주의 근로복지공단(공단) 보수총액 신고 의무는 없어지고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이 고용·산재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것이다.
사업주가 국세청에 소속 노동자의 근로소득을 한번만 신고하면 고용·산재보험료 관련 보수신고도 한 것으로 간주해 이중신고 부담이 줄어든다.
당해연도 실 보수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징수되면 다음 연도에 실제 보수와의 차액에 따라 정산된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또한 이에 따라 급여기준도 임금에서 실 보수로 바뀐다.
현재는 고용보험료 징수기준은 보수이고 구직급여 지급기준은 평균임금으로 서로 다르다. 구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이직 전 임금을 추가로 확인해야 했다. 사업주는 임금을 포함한 이직확인서를 고용센터에 신고해야 해서 신속한 급여 지급이 어려웠다.
구직급여 산정기준을 보험료 징수기준인 보수로 바꾸면 보험료 징수기준과 급여 지급기준이 같게 된다. 구직급여액이 일시적 소득변동에 좌우되지 않도록 산정기간도 ‘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서 ‘이직 전 1년 보수’로 바뀐다.
납부한 보험료(실 보수)에 따라 간편하게 구직급여액을 산정하고 구직급여 지급 행정절차도 빨라진다.
현재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육아휴직 급여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 지급기준도 보수로 개편(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하는 등 고용보험 사업 전반의 지급기준을 보험료 징수기준과 일치시켜 나갈 계획이다.
노동부는 8월 18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올해 10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권창준 노동부장관 직무대행 겸 차관은 “사회보험 중 가장 늦게 도입된 고용보험은 지난 30년간 일자리를 잃은 국민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해왔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고용보험이 앞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의 보편적인 고용안전망으로 한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다른 사회보험의 관리체계 개선방향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고용보험 행정을 통해 구축된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는 정부가 운영하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이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을 적기에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