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일관계 정경분리 원칙 고수해야

2025-07-08 13:00:01 게재

한국과 일본의 인적·물적 교류와 협력이 확대·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880만명,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약 322만명이다. 연간 1200만명 넘는 양국 국민이 상호 방문했다.

작년 양국간 무역거래는 약 750억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대일 적자(-180억달러)가 지속되지만 2010년(-360억달러)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작년 한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61억달러로 전년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의 대일본 직접투자는 지난해 6억달러 수준에 그쳤지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의 대일 투자처럼 예전과 같이 일방적으로 투자를 받는 입장만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두나라 관계에 대해 “경제적으로 협력할 게 많다. 저쪽은 손해보고 나는 그 손해를 통해 이익을 보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라고 말했다. 사람의 왕래와 물자의 이동이 결국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시장경제 마인드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이다.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EU식 한일경제공동체’ 필요성과 유럽의 솅겐조약과 같이 역내 노동이동을 자유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양국 정부가 귀담아 경청할 만하다.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사상 처음으로 상대국 여권소지자에 대해 입국절차 간소화 시범사업을 한 것도 이런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다.

문제는 양국관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치적, 역사적 현안 문제다. 일본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우경화 문제도 양국 관계의 복병이다. 자칫 양국 정부가 자국내 국민감정과 특정 정치세력의 압력에 따라 갈등관리에 실패하면 모처럼 형성된 우호적 분위기는 금세 사라질 수 있다.

사실 양국관계가 정치적, 감정적으로 악화되면 경제적 손실은 우리가 더 클 수도 있다. 한국은 공급망에서 부품과 소재 등을 수입해 중간재나 완성품을 수출하는 구조여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입을 바로 중단하기 쉽지않다. 하지만 대일 수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화장품이나 가공식품, K대중문화 등 소비재는 국민감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판로가 막힐 수도 있다.

한일은 이미 명목GDP 6조달러가 넘는 거대 경제권이다. 지난달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을 만든 제작사를 우리 게임업체가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월급이 더 많은 한국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상사로 일어나고 있다.

근저에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넘어선 것으로 상징되는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이 있다. 이 대통령은 “(역사·정치와 경제) 두가지 문제를 분리했으면 하는 게 제 생각이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나라 모두 정경분리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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