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진에 영업이익 반토막
삼성전자, HBM 회복 더디고 대중제재 영향도 … 스마트폰 사업만 선방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8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은 2023년 4분기(2조8247억원) 이후 6개 분기 만에 5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0.09% 줄고, 전 분기 대비 6.49% 감소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주력사업인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와 비메모리 영역 모두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통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재고 충당과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국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으나, 개선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은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메모리사업은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으며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돼 실적이 하락했으나, 하반기는 점진적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개선으로 적자 축소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을 5000억원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과 비교해 전혀 다른 분위기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5일 2025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발표를 통해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37% 증가한 93억달러(약 1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D램 부문 매출은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가량 늘어나며 71억달러를 달성했다.
조만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증권업계는 영업이익이 9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DS를 제외한 삼성전자 다른 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 2조~3조원, 가전·디스플레이 1조원대, 하만 4000억원 등이다.
한편 삼성전자 실적은 2분기에 저점을 찍고서 하반기에는 메모리 위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업황 기대가 커지고 있고, 반도체 불황기에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도 성수기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MX 사업부는 9일 미국 뉴욕에서 새로운 갤럭시Z플립·폴드7을 공개할 예정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보이며 점진적인 개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