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설치…조사단계 의심계좌, 신속히 지급정지

2025-07-09 13:00:01 게재

금융위·금감원·거래소 협업 … 현장조사, 압수수색 등 초동대응 속도 빨라져

부당이득 2배 과징금 부과 착수 … 감시시스템 ‘계좌기반 → 개인기반’ 전환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방안 마련을 지시하면서 금융당국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3개 기관의 모든 조사 권한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9일 금융위는 금감원, 거래소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합동대응단에 대해 전쟁을 지휘·통제하는 작전실이라는 의미의 ‘워룸(war room)’이라고 표현, 주가조작세력과의 일전을 벌인다는 자세다.

이윤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심리·조사 과정에서의 효율을 최대화해 주가조작범은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합동대응단은 금감원 부원장을 단장으로 강제조사반(금융위), 일반조사반(금감원), 신속심리반(거래소)이 운영협의회를 통해 협업하는 구조다. 현재 계좌조회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경우 증권·은행계좌에 대해 가능한 반면 거래소는 증권계좌만 할 수 있다. 금융위는 현장조사와 압수수색 권한이 있지만 금감원은 임의조사만 가능하다.

거래소의 경우 이상거래 최초 탐지에 강점이 있고, 금감원은 오랜 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사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의 강제 조사권까지 더 해지면 불공정거래 제재에 대한 신속성과 효율성이 확보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기관 간 권한 차이와 업무 칸막이 등으로 비효율적 조사 발생 및 긴급사건 대응이 지연됐지만 3개 기관이 초기부터 함께 조사하는 워룸이 설치되면 중요사건의 신속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응단은 주가조작 전력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전력자 계좌 등 이상거래 적출시 우선 심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대주주 등이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후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대주주·경영진 관련 현장조사·포렌식 등 강제조사권을 통해 내부자거래 관련 정보전달경로, 차명계좌 여부 등 증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또 SNS와 허위보도를 악용해 투자자를 유인·기망,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키는 주식 커뮤니티·유튜브 방송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서 관련자 계좌거래내역 등을 신속히 분석하기로 했다.

◆‘주식소유자 감시체계’로 전환 = 불공정거래 감시시스템은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된다. 현재 거래소는 시장감시를 통해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있는 이상거래를 적출해서 심리한 후 금융위에 이첩한다. 계좌를 기반으로 이상거래를 적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특정인이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부양시킨 후 차익을 실현할 경우 개별 계좌의 시세관여율이 낮아서 이상거래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연계계좌라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 기반으로 적발 시스템을 바꿀 경우 개인의 시세관여율이 높아 이상거래를 적출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말 기준 전체 주식 계좌수가 2317만개인데 반해 주식 소유자수는 1423만명으로 감시대상이 894만개(39%)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감시·분석대상이 크게 감소해 효율성이 제고되고 쉽게 알기 어려웠던 동일인 특정 및 시세관여율(행위자의 의도), 자전거래 여부 등도 쉽게 파악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거래소 시장감시 시스템 개편을 통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거래소는 증권사 등 회원사로부터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를 받아서 이를 2차 변환(암호화)한 후 계좌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함께 AI(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시장감시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AI로 과거 시장감시위원회 심리결과를 분석,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성 판단 지표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분석·적발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관련 거래소의 심리대상도 확대된다. 현재는 인터넷신문에만 게재되더라도 ‘미공개’가 아닌 정보라고 판단, 심리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앞으로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가 있는 경우 심리대상임을 명확하기로 했다. 유튜브와 SNS 등을 활용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행위 적발이 강화되는 것이다.

◆‘계좌 동결’, ‘부당이득 2배 과징금 부과’ 신속 조치 = 이 대통령이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을 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밝힌 가운데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최대한 환수하는 조치도 진행된다.

지난해 1월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도입됐지만 '수사결과 확인 후'라는 조건이 있고 검찰과의 사전협의, 증선위 통보 후 1년 경과 등의 예외 조건 등으로 인해 실제 부과된 사건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검찰 통보와 동시에 사전협의 절차에 착수해 협의 완료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불법이익 의심계좌는 신속히 탐지해 조사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혐의 판단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와 거래정지의 상당한 필요 충족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불법이익을 동결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함께 불공정거래 전력자에 대해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을 부과해서 자본시장에서 최대 5년간 격리하기로 했다. 대주주·경영진 등 관련 중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외부공표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급정지, 과징금,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명령 등 ‘선 행정조치’로 주가조작을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불공정거래와 연계되는 등 중대한 공매도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최고 수준(공매도 주문금액의 100%)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영업정지 등 기관제재와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부실 상장사 퇴출도 빨라져 = 이 대통령이 “부실한 기업들이 주식시장 성장을 저해하므로 퇴출로 솎아낼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신속 퇴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스피는 상장 유지 기준을 시총 5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매출액 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하고, 코스닥은 시총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매출액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단계적 상향 조정된다. 시총은 내년 1월부터 3년간, 매출액은 2027년 1월부터 3년간 상향된다.

코스닥 상장폐지 절차는 기존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해 절차의 과도한 지연을 방지하기로 했다. 코스피는 현재 2심제로 운영 중이다.

이와함께 감사의견 미달 사유 발생 이후 다음 사업연도에도 감사의견 미달시 즉시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1년)을 부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법령 개정, 시스템 고도화 등 제반 후속조치를 조속히 이행해 실효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시장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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