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걸리던 유전자변이검사 1분으로
LG AI연구원, 정밀 의료 AI‘엑사원 패스 2.0’ 공개 … 의료 AI 플랫폼 개발 추진
LG 인공지능(AI) 연구원이 인간 병리 조직 이미지와 유전정보(DNA)를 학습해 유전자 변이를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LG AI연구원이 9일 차세대 정밀 의료 AI 모델인 ‘엑사원 패스 2.0’을 공개했다.
엑사원 패스 2.0은 암 등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 신약 개발과 개인화된 맞춤 치료 등에 활용이 가능한 차세대 정밀 의료 AI 모델이다. 기존 1.0 모델과 비교해 고품질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에 따라 유전자 변이와 발현 형태, 인체 세포와 조직의 미세한 변화와 구조적 특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를 위해 LG AI연구원은 엑사원 패스 2.0에 병리 조직 이미지와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 정보를 담은 DNA와 RNA 등 멀티오믹스 정보를 학습시켰다.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와 멀티오믹스 정보가 쌍을 이룬 데이터 1만장 이상을 활용했다.
병리 조직 이미지는 환자의 조직 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병리 진단 과정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디지털 방식의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다.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는 방대한 양의 세포와 조직 구조 정보를 담고 있는 기가바이트(GB) 단위의 대용량 이미지이다.
일반적으로 이를 분석하기 위해 큰 이미지를 수천 개의 조각으로 나누는 패치(Patch) 단위 분할 작업을 진행한다.
AI가 패치 단위 이미지로만 분석을 수행할 때 특정 세포나 조직에 대한 특징만을 집중해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는 ‘특징 붕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패스 2.0에 패치 단위부터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까지 학습시켜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인 78.4%까지 높였다.
박용민 LG AI연구원 AI 비즈니스팀 리더는 “엑사원 패스 2.0을 활용하면 기존 2주 이상의 유전자 검사 소요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해 암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의사와 제약사가 엑사원 패스 2.0을 활용하면 빠른 시간 내에 암 환자의 조직 표본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했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이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폐암과 대장암 등 특정 질병 특화 모델도 추가로 공개했다. 특화 모델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질병을 치료하는 표적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LG AI연구원은 암을 정복하는 의료 AI 실현을 위해 역사적 첫걸음을 내디뎠다.
LG AI연구원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미국 내 최상위 의료연구기관인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 황태현(사진) 교수 연구팀과 세계 최고 수준의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황태현 교수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의 위암 프로젝트를 이끄는 한국인 석학이다.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에서 인공지능과 분자 의학 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분자 AI 이니셔티브’를 창립했다.
LG AI연구원과 황태현 교수 연구팀은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암 환자들의 실제 조직 표본과 병리 조직 이미지,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 근본 원인 식별 △질병 조기 진단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타깃 발굴 △환자 개인별 유전자 정보에 맞는 치료 전략 개발 △치료 효과 예측 기술을 고도화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시대를 여는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황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하는 AI 플랫폼은 단순한 진단 도구가 아니라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혁신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