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사계절 구분없는 상품 뜬다

2025-07-09 13:00:01 게재

카디건·셔츠가 ‘장마패션’에

보습화장·보양간편식 수요 ↑

현대백 “실용중심 소비 확산”

폭염과 갑작스런 호우가 반복되는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면서 백화점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장마철 대표 상품으로 꼽히던 레인부츠와 방수재킷 대신 카디건(털로 짠 스웨터)이나 셔츠 같은 실내 냉방환경에서 유용하고 여러계절에 활용할 수 있는 ‘시즌리스'(사계절 구분없는) 제품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를 통해 최근 2년간 ‘장마 패션’ 키워드(열쇳말)에 대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카디건’과 ‘셔츠’ 언급량이 각각 327.8%, 274.7%씩 급증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타임’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여름 카디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제공

반면 ‘레인부츠’와 ‘방수재킷’은 각각 19.8%, 9.3%씩 느는데 그쳤다.

또 여름 세일 개시 이후 열흘간(6월 27일 ~ 7월 6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패션 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은 21.1% 증가했는데 이 중 카디건·셔츠·바람막이 등 여름 아우터(외투) 매출은 30% 이상 급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폭염과 스콜성 호우가 반복되면서 우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제품보다 냉방이 강한 지하철이나 사무실 등 실내외 온도차에 대비해 얇은 겉옷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여름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계절에 활용할 수 있는 시즌리스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류업계는 이런 유행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전문기업 한섬의 경우 다양한 기온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 ‘타임’은 여름철 활용도가 높은 린넨 셔츠 물량을 전년 대비 50% 이상 확대했다. 셔츠와 재킷 장점을 결합한 ‘셔켓’ 물량도 2배 가까이 늘렸다.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더캐시미어’는 여름 니트 생산량을 30% 늘렸다

앞서 여성 캐주얼 브랜드 ‘SJSJ’의 여름용 카디건과 니트는 출시 2주 만에 완판했다. 그만큼 시즌리스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런 흐름이 뷰티·식품·가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실내 냉방에 따른 피부 건조로 겨울철 주력 제품이던 고보습 스킨케어(피부관리) 제품이 1년새 13% 늘면서 여름 시즌에도 주목받고 있을 정도다.

식품부문에선 무더위 속 간편하게 건강을 챙기려는 수요가 늘며 조리 부담을 줄인 건강 간편식(HMR)이 뜨고 있다. 삼복더위에 즐겨 먹는 삼계탕·갈비탕·곰탕 등 보양식도 계절 관계없이 꾸준히 찾는 일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 건강 간편식 매출은 지난 두달간 18%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계절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소비기준도 계절 아이템에서 실용성 중심 시즌리스 아이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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