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강세 양날의 검

2025-07-10 13:00:21 게재

올해 달러대비 13%↑

수출기업들은 ‘죽을 맛’

유로화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달러 흔들기’ 정책의 최대 수혜통화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초 1유로는 대략 1달러와 비슷한 가치였지만 지금은 1.7달러 안팎이다. 13% 이상 상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케이티 마틴은 9일 “유로화 강세는 양날의 검”이라며 “유럽 수출기업들에겐 경쟁력 약화라는 역풍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화 상승의 배경은 복합적이다. 첫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달러 위기는 유로화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책적인 지지 입장을 밝힌 데다 재정 지출 확대에 나선 독일이 오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르네상스’ 트레이드가 형성됐다.

둘째, 전세계 주식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으로 유로화를 매수하고 있다. 유로화를 ‘달러 대체 통화’로 채택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된다. 바로 유럽 수출기업들이다. 마틴 칼럼니스트는 “유로 강세는 달러·위안화 대비 유럽 제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수출을 어렵게 만든다”며 “실제로 유로 강세는 올해 유럽 상장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즈 분석에 따르면 올해 유럽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9%에서 2%로 급락했다. 수출 중심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내수 중심 기업들보다 훨씬 부진한 상황이다.

바클레이스 연구원 마게시 쿠마르는 “2017년이나 2020~21년처럼 유로 강세와 경기회복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이번에는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하반기 성장 전망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유로까지 강세다. 이건 기업 실적에 이중 타격이 된다”고 분석했다.

ECB 부총재 루이스 데 귄도스도 최근 “유로의 과도한 절상은 피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강한 흐름으로 올라간다면, 이는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틴 칼럼니스트도 “현재 외환시장은 전반적으로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이 아직은 위협적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심리적 지지선인 1.20달러를 돌파하게 되면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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