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온실가스 배출량 검증’ 8.5%에 그쳐

2025-07-10 13:00:21 게재

검증의견서 공개 기업도 40%는 Scope3 없어

해외 주요국, 회계법인이 검증에 중요한 역할

국내 기업 대부분은 회계법인 검증 안 거쳐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측정·보고 체계 구축해야”

국내 상장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검증의견서를 발간한 기업이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잇따르고,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대응은 부족한 실정이다.

9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개최한 ‘19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온 김임현 대구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및 검증에 대한 규제와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측정 및 보고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발표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검증 사례 조사’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 상장기업 2450개사 중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기업은 356개사(14.5%), 그 중 온실가스 검증 의견서를 지속가능성보고서에 포함한 기업은 208개사로 전체 상장기업의 8.5%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기업 중 자산 2조원 이상 기업(246개사)의 온실가스 검증의견서 발간기업(143개사) 비율은 58.1%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자산 1조 이상 2조 미만 기업(119개사) 비율은 18.5%,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기업 비율은 13.1%로 나타났다. 자산 5000억원 미만 기업은 1.7%, 코스닥 기업은 1.2%에 그쳤다.

온실가스 검증의견서를 발간한 기업들 중에서도 Scope1과 Scope2는 있지만 Scope3가 없는 기업 비율은 40.9%로 높았다. Scope1은 기업 자체 활동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Scope2는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한 에너지(전기, 열, 스팀 등)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 Scope3는 기업의 공급망 또는 제품 사용·폐기 등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기타 모든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Scope3는 전체 탄소배출량의 70~90%를 차지하고 있어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중요한 이슈다.

김 교수는 “2022회계연도와 비교해 Scope1과 Scope2 배출량은 감소한 경향이 있는 반면, Scope3 배출량은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Scope3 보고가 증가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은 지속가능보고서를 모두 발간하고 있으며 17개 기업이 온실가스 검증의견서를 발간했다. Scope3 비중이 90% 이상인 기업이 11개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이 17개 기업 중 7곳의 검증을 담당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호주 등도 비슷했다.

김 교수는 “회계법인이 온실가스 검증기관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통적 이유는 규제 및 보고 기준이 강화되고,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국제 인증기준 준수 능력, 기업 거버넌스와 규제 준수를 중시하는 문화에서 신뢰성 높은 회계법인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023회계연도 국내 상장기업의 온실가스 검증의견서는 대부분 회계법인 인증을 거치지 않았다. 인증기관별 비율은 보면 한국경영인증원(KMR)이 21.9%로 가장 높고, 한국품질재단(19.3%), 한국표준협회(18.6%) 순이다. 김 교수는 “해외 사례를 통해 회계법인이 온실가스 검증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국내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추세에 따라 기업은 회계법인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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