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한반도, 폭염피해도 역대급
온열질환자 늘고, 농작물 피해 증가 … 건설·조선·물류 등 고위험 사업장 비상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등 무더위 피해가 커지고 있다. 폭염에 따른 농산물 생육 부진과 가축 폐사 피해가 증가하면서 물가도 비상이다. 건설업계를 시작으로 산업계도 온열질환 등 피해가 나타나면서 기온에 따라 작업을 중단하는 등 긴장하고 있다.
10일 전남 곡성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47쯤 곡성군 겸면 농경지에서 80대 여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A씨를 살펴본 의료진은 사망 판정을 내렸고, 추정 사인은 열사병으로 판단했다. 별다른 외상이 없는 A씨는 이날 오전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보건 당국은 A씨를 온열질환 사망자로 분류할지 논의 중이다. 폭염경보가 발령 중인 곡성의 전날 낮 최고기온은 오후 2시 13분 대표 관측지점 기준으로 36.2도까지 올라갔다.
같은날 전북 부안군 진서체련공원에서 70대 B씨가 쓰러졌다. 공원에서 쓰레기줍기 공공근로를 하던 B씨가 쓰러지자 동료가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CPR) 등을 실시했으나 끝내 숨졌다.
아직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B씨는 현재 온열질환자로 분류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염과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사망자의 지병 여부와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온열질환자 사상 최대 = 기록적인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온열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일 하루 전국 516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모두 238명(사망 1명 포함)이다. 200명을 넘은 것은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 8월 3일(229명) 이후 처음이다.
이달 들어 온열질환자는 4일 43명 이후 매일 조금씩 늘어 7일에 105명으로 늘더니 전날 두 배로 급증했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전날 충남 공주시에서 발생한 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8명 발생했다. 지난해(3명)의 3배에 가깝다.
질병청에 따르면 2011년 감시체계 가동 이후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238명(남성 145명, 여성 93명)으로, 이 가운데 65.5%인 156명이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열사병과 열탈진이 대표적인 온열질환이다.
◆야외 작업 많은 건설업계 비상 =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산업현장도 비상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설현장은 비상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도착한 당시 이 근로자의 체온은 40.2도였고, 당일 구미시 최고기온도 38.3도에 달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고온 환경에 의한 온열질환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했다.
건설업은 최근 6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비중이 48%에 달해 전체 업종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온열질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높아지면 야외 작업을 중단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에 나서고 있다”면서도 “공공이나 소형 민간 현장에는 냉방장치와 휴게시설 부족 등의 문제로 실질적인 휴게시간 보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정부의 지원과 규제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폭염이 지속될 경우 공공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계약기간 연장과 지체상금 부과 면제 등 보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9일 “최근 폭염이 전국적으로 지속됨에 따라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을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에 시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폭염이 발생할 경우 공공공사 일시적 정지 등 공공 발주기관이 시행해야 하는 조치 사항을 권고하고 안내하기 위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건설·조선·물류 등 폭염 고위험 사업장은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을 지키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폭염안전 5대 수칙은 △시원한 물 △냉방장치 △2시간 마다 20분 이상 휴식 △보냉장구 △119 신고 등을 담고 있다.
고용부는 폭염작업 취약 현장에서 기관장이 직접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 등 우수 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사업장 점검과 기술 지도 등 모든 현장 접점을 활용해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까지 50인 미만 고위험사업장에 이동식에어컨, 제빙기 등 온열질환 예방 장비들이 설치·가동될 수 있도록 적극 홍보와 참여 유도를 할 계획이다.
◆밥상머리 물가도 비상 = 폭염에 농작물과 가축 피해가 증가하면서 물가도 비상이다.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아직 농작물 재해보험 신청은 없지만 빠른 폭염으로 피해면적이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2만1200ha였다.
중앙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가축폐사 규모는 37만9475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9799마리)보다 7.6배 많았다.
한편 10일도 폭염이 이어져 낮 최고기온은 37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서쪽지역과 내륙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매우 덥겠고, 서쪽지역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보됐다.
장세풍 한남진 김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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