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부실자산 5.3조 달해…그 중 신탁계정대 부실 4.9조

2025-07-11 13:00:11 게재

사상 첫 5조 넘어서, 부실자산비율 60% 육박

PF에 투입된 신탁사 자금, 부실 갈수록 커져

부동산신탁사 부실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부실자산비율은 60%에 육박했다.

10일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14개 부동산신탁사 고정이하자산(부실자산) 규모는 5조3593억원으로 전년말(4조8667억원) 대비 4926억원(10.1%) 증가했다. 불과 3개월 만에 10% 넘게 늘어난 것이다.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은 총 8조9983억원으로 부실자산비율은 55.9%에 달한다. 부동산신탁업계는 부실자산 급증을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확대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산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된다. 정상과 요주의를 제외하면 부실인 ‘고정이하자산’으로 판단한다.

다만 분양이 이뤄질 경우 ‘고정’으로 분류됐던 자산이 정상화되기 때문에 부동산신탁업에서는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을 좀 더 실질적 의미의 부실로 보고 있다.

부실자산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교보자산신탁(82.5%)으로, 유일하게 80%를 넘겼다. 우리자산신탁(78.8%), 신한자산신탁(76.8%), 한국자산신탁(76.5%), 하나자산신탁(72.3%) 등 70%를 넘긴 곳도 4곳이나 된다. 코리아신탁(69.6%), KB부동산신탁(64.72%)도 전체 평균을 넘어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신탁계정대 규모 커지고, 부실도 늘어 = 부동산신탁사들이 고유계정 자금을 신탁계정에 대여하고, 이 자금을 사업비로 투입하는 신탁계정대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공사가 부담하는 책임준공의무를 부동산신탁사가 함께 보증하는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의 영향이 크다. 건설사 부실로 인해 그 부담을 부동산신탁사가 지게 됐고 신탁사들이 준공 의무 이행을 위해 회사 자금을 투입하게 된 것이다.

신탁계정대 규모는 올해 3월말 7조8548억원으로 지난해말(7조7016억원) 대비 1532억원 증가했다. 전년말(4조8550억원)과 비교하면 61.7% 늘었다.

신탁계정대 부실자산규모는 3월말 4조9405억원으로 지난해말(4조4850억원) 대비 4555억원(10.1%) 늘었다. ‘고정’을 제외한 실질적 부실자산인 ‘회수의문’과 ‘추정손실’ 규모를 놓고 보면 3월말 1조7782억원으로, 지난해말(1조5551억원)과 비교해 2231억원(14.3%) 증가했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신탁사는 책임준공 기한 내 공정을 완료하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신탁계정대로 조달하기 때문에 관련 신탁계정대도 증가했다”며 “책준형 신탁계정대는 일반적으로 상환 순위에서 후순위에 위치하며,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되고 이로 인해, 고정이하 자산이 빠르게 증가했고 고정이하자산비중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의무’로 부실 폭탄 떠안아 = 부동산신탁사 중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 비중이 큰 곳은 PF 부실의 폭탄을 떠안게 됐다.

지난햄라 기준 책준형 사업장 PF 실행 잔액은 신한자산신탁이 2조524억(사업장 37곳)으로 가장 많다. KB부동산신탁은 31곳에 규모는 2조492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하나자산신탁(1조9474억원), 우리자산신탁(9072억원), 교보자산신탁(9018억원) 등 금융지주사 계열 부동산신탁사들의 책준형 사업장 규모가 크다.

지난해 KB부동산신탁(3200억원), 교보자산신탁(3000억원), 신한자산신탁(2500억원), 우리자산신탁(2100억원)이 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자본확충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말 기준 부동산신탁사 전체 자기자본은 5조8000억원으로 2023년말 5조5000억원 대비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부동산신탁사들이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채권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신탁사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책임준공 기한을 넘긴 신한자산신탁을 상대로 새마을금고 등 대주단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서울중앙지법은 신한자산신탁이 대출 원리금 전액(256억원)과 연체 이자를 대주단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같은 법리가 유사 소송에도 적용된다면 향후 부동산신탁사의 재무적 부담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충당부채 설정에 따른 비용 증가와 대출원리금 지급으로 인한 유동성 부담, 중장기적으로는 신탁재산 처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종손실 규모가 부동산신탁사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은 246곳, PF 실행 잔액은 10조3426억원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