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반도체 확장기, 기존보다 길어질 것”

2025-07-11 13:00:17 게재

AI혁명이 수요 견인, 고성능 주문형이 주도

“관세 앞서 선수요 측면, 향후 위험성 남아”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 금액은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분기 이후 매달 수출 증가세가 커지면서 이번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10일 최근 경제상황을 평가하면서 ‘반도체 수출 경기사이클, 이번에는 다를까’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이번 반도체 수출 호조는 ‘6번째 확장기’에 해당하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번 확장기는 지속기간이 소비자 기기를 중심으로 했던 (기존) 확장국면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웅지 한은 국제무역팀장 등은 “2000년 이후 앞선 5번의 순환기는 대체로 3~4년의 확장 및 수축 사이클을 나타냈다”면서 이렇게 예상했다. 보고서는 기존 5차례 확장기와 이번 6번째 확장기의 특징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확장기는 대체로 IT기기 또는 서버 등 장비에 대한 수요의 창출이 중심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확장기의 가장 큰 특징은 AI혁명이라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팀장 등은 “기존 확장기는 대개 2년 정도 지속됐으며 IT기기나 장비에 대한 새로운 수요의 창출과 함께 시작됐다”면서 “확장기에 크게 늘어난 공급능력은 수급불균형을 불러 가격이 하락하고 물량도 둔화하면서 수축기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이번 반도체 호황에 대해서는 “AI혁명이 가져올 IT생태계의 근본적 변화와 HBM이라는 새로운 첨단 기술·주문형 상품의 출현 등을 감안할 때 지속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HBM의 출현은 기존 범용형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주문형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술력이 앞선 우리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상당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불확실성도 있다. 최근 수출 호조가 미국이 아직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미리 사두려는 선수요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향후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하방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현재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고, 이르면 이달 안에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기업이 빠르게 기술력을 향상시키며서 위협적 요인이 되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예컨대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경우 정부 지원금을 등에 업고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량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HBM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AI혁명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우수한 반도체 및 AI 인재의 확보, 인재 유출 방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7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특히 2분기 수출액은 404억달러로 분기 기준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달 수출액도 150억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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