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김건희 여사 ‘포토라인’에 설까
범죄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받을 때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 기준은 지난 2019년 10월 문재인정부가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을 금지하면서 정착됐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되기 전인 지난달 말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공개 출석 요구에 반발하면서 이 원칙은 다시 논란이 됐다. 윤 전 대통령측은 출석 일정에 대한 협의 없이 특검이 언론에 공개했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특검 사무실 지하 출입을 고수하려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혐의가 국민 전체가 피해자인 국가적 법익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근거로 공개 출석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양측이 충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등검찰청 현관으로 출석해 공개 조사를 수용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6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한발 물러선 셈이다.
이제 시선은 김건희 여사에게로 쏠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앞둔 김 여사는 “정당한 소환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서 “인권보호수사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출석을 요구하면 응하겠다”고 하면서 비공개 출석을 염두에 둔 듯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로선 민 특검팀이 김 여사를 포토라인에 세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령인 수사준칙 제19조는 피의자 출석 요구 시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조사 일시·장소는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령 인권보호수사규칙도 피의자에게 필요한 준비 시간을 부여하도록 한다. 경찰은 3차례 공개 출석 후 2023년 12월 사망한 고 이선균씨 사건 이후, 피의자 출석 시 시간·장소·방법을 비공개로 하라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형사사건 공보에 관한 규정 제9조는 중요한 사건의 경우, 언론 요청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으면 공소 제기 전이라도 사건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일관성과 형평성이다. 일부 정치·경제·연예인 등 ‘아는 사람들’만이 수사기관 지하 출입구를 통해 ‘배려’ 받으며 출입하는 현실을 국민은 우려한다.
수사기관은 출석 방식에 대해 피의자와 협의할 수 있지만 합의 사항은 이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피의자 요구에 휘둘리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줄까 걱정도 한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 수사기관의 정당한 권한, 언론의 감시 기능, 국민의 알 권리, 이 모든 가치가 충돌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원칙이 요구된다. 그래야 누구에게도 ‘유불리’ 없는 수사가 가능하다. 끌어왔던 김 여사의 수사기관 출석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