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에너지효율은 제1의 에너지 자원

2025-07-15 13:00:02 게재

가장 저렴하고 안전하며 깨끗한 제1의 에너지자원은 에너지(소비)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에너지효율정책이 에너지정책의 1순위인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의존도가 높으면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하다. 에너지효율정책은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 국민 건강, 에너지빈곤 완화 등 다양한 복합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효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에너지효율 평가지표로 사용하는 에너지원단위는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드는 1차 에너지 소비량이다. 에너지원단위가 낮을수록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효율 뒤쳐져

우리나라 에너지원단위는 0.126TOE/천US달러(2020년)이다. 이는 영국(0.055) 독일(0.065) 대비 최대 2.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만큼 에너지효율이 낮다는 평가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1990~2020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원단위 연평균감소율은 1.0%로 감소추세를 보이지만 그 폭은 선진국에 비해 작다. 영국 2.5%, 독일 2.1%, 미국 2.1%, 프랑스 1.3% 등은 우리보다 감소폭이 컸다.

선진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제안에 맞춰 다양한 에너지효율 정책을 시행한다.영국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경제성장과 함께 에너지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0년 GDP는 1990년 대비 60% 증가했지만 에너지 소비는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에너지원단위는 53% 줄었다. 주요 정책으로 에너지 감사 의무화 정책을 들 수 있다. 협약을 통해 설정한 효율개선 목표를 달성하면 세액공제 등 혜택을 제공해 사업자가 효율개선 조치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 실태에 대한 정례적인 감사와 감사결과에 대한 신고의무도 집행한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이 부과된다. 자발성 유도와 규제정책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절감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단위 전방위적인 노력을 수행했다. 예전 높은 소비증가세를 기록했으나 2004년을 정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2020년 에너지원단위는 1990년 대비 27% 감소했다. 업종ㆍ분야별로 효율이 우수한 사업장 수준으로 장기적인 효율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제도 연계를 통한 관리체계 구축, 소비기기 분야별로 최고효율 제품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 개선을 추진 중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GDP 26%, 온실가스 배출의 53%, 최종소비 부문 에너지 수요의 58%를 제조업이 차지한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기업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효율 투자에 참여가능한 기업의 참여율은 20% 수준으로 파악됐다.

기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투자비용보다 많은 고강도의 인센티브 지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해 참여율을 높이는 방법은 재정문제 등 현실적이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자발적 에너지효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에너지효율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 중요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효율 정보를 공유하고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과감한 에너지효율정책 펼칠 때

우리나라도 2022년 에너지효율혁신 파트너십(KEEP 30)을 구성해 30대 에너지 다소비기업의 에너지사용량 절감과 정보공유를 지원하고 있다. 이를 모든 기업과 산업에 확산하기 위해 과감한 에너지효율정책을 펼 때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에너지를 많이 쓰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산업 발전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구가했고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지금은 공급 위주 에너지정책이 아닌 수요관리를 더한 에너지효율정책으로 에너지다소비국가라는 불명예를 벗어 나야 한다.

LS일렉트릭은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IE(에너지효율등급)5급 초고효율 전동기를 출시했다. 현재 국내 대부분 사업장에 적용된 IE3급 전동기보다 전력 효율이 3% 높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동기를 초고효율 전동기로 교체할 경우 원자력 발전소 약 1.1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효율정책은 이같은 에너지고효율산업 활성화를 부추길 것이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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