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이어 저축은행도 서민 신용대출 막히나

2025-07-15 13:00:01 게재

대부업 신용대출 5년 새 반토막

저축은행, 대출규제 이후 절반 줄어

“저축은행도 신용대출 사실상 어려워져”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된 이후 대부업체들의 신규 신용대출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마저 6.27 대출규제로 인해 신용 대출이 중단 위기를 맞게 됐다.

15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함에 따라 저축은행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용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해온 대형 저축은행은 일평균 신용대출액이 130억~150억원 가량됐지만 가계부채 대책 시행 이후 70억~80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도 60억~70억원에서 30억~40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절반 가량 줄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79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규모는 2019년말 21조1366억원에서 2022년말 39조2353억원까지 증가했다가 2023년말 36조611억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말 37조6247억원, 올해 3월말 38조691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 들어 금융업권의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 추세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신용대출도 증가했지만 소폭에 그쳤다. 2019년말 9003억원에서 2022년말 1조133억원, 2023년말 1조1488억원, 지난해말 1조167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부업체 신용대출 규모는 5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2019년 8조9109억원에서 지난해말 4조9136억원으로 44.8% 줄었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부업체 신용대출과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2019년 9조811억원에서 지난해말 6조810억원으로 38% 감소했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 만큼,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분들이 대부업체에 와도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대부업체로 풍성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을 늘렸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그마저도 부실이 커져서 현재는 담보대출마저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들의 담보대출 규모는 2022년말 5조4983억원에서 지난해말 3조8997억원으로 1조5986억원(29%) 감소했다. 정부가 연이자율 60%를 초과하는 고금리 대부계약을 무효로 하는 규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정책서민금융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서 서민들의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8일 9개 주요 저축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출 규제에 대한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서는 대출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긴급 생활 자금이 필요한 실질적인 취약계층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규제를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대형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소득자 등에 대한 서민대출은 한도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연소득 4000만원이나 5000만원인 분들도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이들이 신용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는 업계를 대표해서 당국에 의견을 전달할 수밖에 없겠지만, 일단 집값이 잡히기 전까지는 규제 완화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대출규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대부업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소액신용대출에 대한 법정 최고금리 적용 예외’, ‘은행권을 통한 자금조달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화다. 현재 상황에서는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여서 대출 금리를 높이거나 조달금리를 낮추는 방법 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우수대부업자에 대해 정부가 은행권으로부터 차입을 허용했지만 차입금은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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