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자사주 매입이 지탱…5년 연속 배당성향 개선

2025-07-15 13:00:06 게재

최근 1년간 도쿄증시서 외국인·기관·개인 모두 순매도

자사주 매입 100조원 육박 … PER하락, 성장기대 저하

“기업 본질가치 그대로, M&A 등 통해 경쟁력 키워야”

일본 증시가 지난해 7월 역대 최고점을 찍고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과 기관 등 주요 매수주체가 모두 순매도에 나선 가운데 자사주만 순매입이 압도적이다. 기업의 주주환원은 꾸준히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도쿄증시 닛케이평균지수는 지난해 7월 11일 역사상 최고점인 4만2224포인트를 찍었다. 그로부터 1년이 경과한 지난 11일 닛케이지수는 3만9569포인트로 6.3% 하락했다. 올해 4월 한때 3만1000대까지 추락했다 최근 3개월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케이지수 최고점 경과 1년을 맞아 증시 분석을 통해 닛케이지수가 그나마 버텨준 데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관세정책과 엔고 등의 증시 역풍에도 하락률은 비교적 크지 않았다”며 “최대 역할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주차 이후 최근까지 기업은 모두 10조엔(약 94조원) 넘게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에 반해 해외 투자자는 1조4000억엔(약 13조원) 이상 순매도했고, 개인도 약 2조엔 순매도했다. 연금 등 기관도 2조엔 가깝게 처분했다.

일본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매입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지난 4월 1조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고, 신에츠화학공업과 세븐&아이홀딩스도 수천억엔 규모를 목표로 내걸었다.

구보타 마사유키 라쿠텐증권 경제연구소 수석전략가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일본 증시를 크게 밀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주당 수익도 개선됐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주당순이익(EPS)을 산정할 때 포함되지 않아 같은 이익 규모라도 1주당 순이익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닛케이평균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은 지난해 7월 2401엔에서 최근 2544엔으로 6%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EPS 개선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가수익률(PER)은 떨어졌다. 지난해 7월 17.6배에서 올해 들어 최근에는 15.6배로 하락했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주식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PER의 저하는 증시의 기초체력 저하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리소나홀딩스 관계자는 “주주 이익을 위한 자사주 매입으로는 본질적인 기업가치의 개선이 불가능하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른 해외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일본 증시 PER이 저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독일 증시가 30% 가깝게 상승하고, 한국 등 일부 신흥시장 주가가 큰폭으로 오른 데는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영향도 크다.

이에 따라 일본 증시에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독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설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력 확보 등 근본적인 기업경쟁력과 함께 인수합병(M&A) 등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일본제철이 미국의 US스틸을 인수하고, NTT그룹의 사업재편을 통한 변화 모색 등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가모시타 겐 PGIM재팬 주식운용부장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세계적인 경쟁환경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며 “기업 재편이나 인수합병을 통해서 일본 기업의 성장력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상장기업의 주주환원은 해마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월 결산법인 2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3월기(2025년4월~2026년3월) 결산배당 총액은 19조9900억엔(약 18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3월기 결산배당 총액보다 3% 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최근 5년 연속 역대 최대 규모이다. 배당총액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비해 66% 증가한 수준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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