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 지자체 재정부담 급한 불 껐지만…
기금 1조원 지원, 지방채 발행대상 확대
지자체 “빚 쌓는 방식”… 근본 대책 요구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인한 지자체 재정부담에 대해 대책을 내놨다. 지방채 발행 기준을 완화해 주거나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결국 빚을 쌓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기대가 엇갈린다.
16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소비쿠폰 지급에 필요한 국비 12조2000억원 가운데 8조1000억원을 15일 신속히 교부했다. 지자체 재정 문제로 소비쿠폰 지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한 조치다. 이와 함께 ‘추경 성립 전 예산 사용’ 지침도 내려 지자체들이 별도 추경 없이 관련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쿠폰 1차 지급을 전액 국비로 해결하라는 뜻이다. 행안부는 또 남은 4조1000억원도 8월 말 교부해 소비쿠폰 지급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국회의 협조를 얻어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도 돕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서영교 의원과 박정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두 법안 모두 지방채 발행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서 의원 법안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재정수요’를, 박 의원 법안은 이보다 좀 더 범위를 넓혀 ‘대규모 소송, 급격한 경기침체로 긴급하게 발생한 재정수요’를 발행 대상에 포함했다. 현재는 재정투자사업, 재해예방·복구사업, 천재지변으로 인한 세입결함 보전, 지방채 차환, 교부금 차액 보전, 명예퇴직 비용 충당 등 6가지로 한정돼 있다.(지방재정법 제11조 1항)
이 법안이 8월까지 처리되면 지자체들이 8월 말 또는 9월 초쯤 진행할 2차 추경에서 소비쿠폰 발행에 필요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을 통해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1조원 규모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풀어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이자율을 낮춰줄 계획이다. 공자기금 이자율은 다른 시중은행 이율과 비교해 대략 1%p 저렴해 지자체 재정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행안부가 이처럼 소비쿠폰 관련 지자체 재정운용을 지원하고 나선 것은 지자체들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특히 지자체의 1차 추경이 이미 마무리돼 추가로 추경을 진행할 재원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실제 대부분 지자체들은 6월 말쯤 1차 추경을 마무리한다. 이 상태로 재정을 운용하다 하반기 불용·이월·구조조정 사업 등을 반영한 2차 추경을 진행한다. 행안부는 2차 추경이 진행되는 시기인 8월 말이나 9월 초쯤 소비쿠폰에 대한 지자체 재정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자체들이 재정운용을 잘 할 수 있도록 컨설팅도 하고 제도도 정비해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를 통해 소비쿠폰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이 지자체 재정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다. 이 때문에 국정기획위원회의 지방교부세 증액 논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15일 “국정과제를 정리하며 (지방교부세 확대 방안도) 종합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22%로 인상한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거론되자 “확정된 것이 없다”며 내놓은 대답이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정부가 교부세율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지자체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내국세의 19.24%를 세원으로 한다. 지난정부 때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 1~2%p 인상을 추진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교부세 인상안은 과거 모든 정부에서 논의된 내용이지만 결론짓지 못한 문제”라며 “이재명정부가 자치분권·균형발전을 국정기조로 정한 만큼 임기 초 이 문제를 매듭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