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동산대책 약효, 20년을 돌아본다
정부가 6월 27일 내놓은 대출규제방안은 근래 들어 상당히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대책의 효과가 오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역대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단숨에 소멸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2005년 8.31대책이 꼽힌다. 8.31대책은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췄고 개인이 아닌 세대별로 합산 과세하도록 했다. 또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 재건축 개발부담금 부과 등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 대책은 당시 서울 강남권과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몇달간 강남에서 거래가 단절됐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숨통이 트인 듯 했다. 이때 ‘똘똘한 한 채’라는 현상이 등장했다. 이것저것 다 팔아서 좋은 곳에 한 채만 가지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시장이 알아내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8.31대책 발표 후 2년간 서울지역 집값은 평균 35.68% 올랐다. 1기 신도시는 36.2%, 수도권은 38.1% 상승했다. 1268만원이던 서울 평(3.3㎡)당 평균 매매가는 1751만원으로 50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8.31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큰 변화는 강남권 등 ‘버블세븐’ 아파트 대신 그동안 저평가됐던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외곽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불과 2년 만에 나타난 부작용은 노무현정부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현재의 6.27 처방이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20년 전 8.31대책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돈이 많이 풀려 시장의 힘이 세졌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8.31대책 당시 M2(광의통화)는 1000조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4235조원(4월 기준)에 달한다. 부동산 전문가인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은 “8.31대책 당시 강남권 집값이 하루 만에 1억~3억원씩 떨어졌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그 정도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시장의 힘이 세진데다 신축 아파트 중심의 거주수요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투자금이 아파트로만 쏠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0년 전에는 아파트 이외에 농지 임야, 꼬마빌딩으로 몰리던 자금이 지금은 아파트에만 집중되고 있다. 이같은 ‘편식사회’에서는 아파트로 유입되는 돈의 총량이 많아져 시장을 통제하기 더 어렵다.
이처럼 복잡한 환경에서 정부의 대책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집값을 통제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내집마련의 꿈을 키우는 무주택 세대주 사이에서 불안함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중저가 공공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이들의 꿈을 이뤄줄 의무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