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들, 해외발행 회사채 사상 최고
올 들어 427억달러 발행 … NTT·닛산·소프트뱅크 주도
일본기업들이 올해 해외서 수백억달러 규모 달러·유로 회사채를 발행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자국 금리상승에 따라 해외발행이라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와 유로권 투자자들의 수요가 큰 것도 한몫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NTT와 닛산자동차, 소프트뱅크가 올 들어 이같은 흐름을 이끄는 기업이다. NTT는 올해 미국에서 달러채권을 발행해 177억달러를 조달했다. 아시아 기업으로선 역대 최고액이다. 미국 전체 채권시장에서 올해 2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몰린 투자자 수요만 1000억달러가 넘는다.
3대기업을 합하면 260억달러 넘는 회사채를 해외에서 발행했다. 이에 대한 수요자 주문액은 1280억달러에 달했다. 일본기업들의 전체 발행량은 427억달러로 상반기 기록만으로도 역대 연간 최고치를 찍었다. 반도체기업 키옥시아도 16일 22억달러 회사채를 발행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에 데뷔했다. 모간스탠리는 이를 두고 ‘역 사무라이본드’라고 칭했다. 외국기업이 일본 자본시장에서 엔화 표시로 발행하는 사무라이본드와 정반대라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일본 채권시장은 규모가 크고 변동성이 적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점차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우선 일본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20일 일본총선을 앞두고 정부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A등급 일본기업의 7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약 1.6%다. 이는 약 1년반 전보다 2배 오른 것이다. 2021년 제로금리에 비하면 급등 수준이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회사채와의 스프레드가 줄어들었다. 엔화 표시 회사채 수요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반면 일본 비금융기업들은 내년말까지 13조2000억엔(약 124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해야 한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해외 채권시장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신용분석가 샤론 첸은 “유틸리티나 운수송, 이동통신 기업들의 차환 수요가 크다”며 “달러와 유로 채권시장의 규모가 큰 것도 일본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역 사무라이본드’가 상대적으로 생소하다. 달러표시 투자등급 일본 회사채의 글로벌 비중은 약 2%, 유로 표시 회사채 비중은 1.6%에 그친다. 정크본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비중이다. 이는 미국·유럽 투자자들에겐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회가 된다.
모간스탠리의 유럽·중동·아프리카 공동헤드인 마테오 베네데토는 “현재 달러와 유로 채권시장은 일본 회사채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다. NTT 발행 회사채는 무조건 매입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