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시우량 41㎜…오산 옹벽붕괴 원인은?

2025-07-17 13:00:13 게재

붕괴된 옹벽에 차량 매몰, 운전자 사망

김동연 “원인분석해 책임소재 따질 것”

16일 경기도 오산시의 한 도로변 옹벽이 붕괴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이 전날부터 이어진 비로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근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도로로 무너져 차량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17일 경기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분쯤 경기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지면서 차량 1대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매몰 차량에서 구조된 50대 운전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당시 인근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매몰된 차량은 무게 180톤, 길이 40m, 높이 10m 가량 콘크리트 구조물에 눌려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산에는 63.0㎜의 많은 비가 내렸다. 사고 직전인 오후 5시 44분부터 6시 44분 사이 시우량은 41㎜를 기록했다. 옹벽이 붕괴되기 약 3시간 전인 오후 4시쯤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수원 방향 차로에서 지름 수십㎝ 규모의 도로 파임(포트홀)도 발생했다. 때문에 이번 사고가 전날부터 이어진 비로 지반이 약해진 탓이란 관측이 나왔다.

오산 옹벽붕괴 사고현장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 16일 오후 김동연 경기지사는 오산 가장교차로 옹벽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브리핑을 받고 구조팀에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하지만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의 누적 강수량은 평택 157㎜, 안산 135.5㎜, 화성 114.5㎜, 군포와 안성 109.5㎜ 순이었고 도내 평균 강수량은 80.2㎜이었다. 시간당 최대 시우량도 오산시가 가장 많았지만 평택시 39.5㎜(17일 2시 53분~3시 53분), 안산시 35㎜(16일 21시 28분~22시 28분)로 큰 차이는 없었다.

전날 사고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는 현장 브리핑에서 “오산에 61㎜ 비가 왔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봐야 되겠지만 옹벽이 무너진 것이 비 때문만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전문가들은 비가 온다고 쉽게 무너지는 옹벽은 애초에 잘못 시공된 것이라고 한다”며 부실시공에서 비롯된 인재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사고 구간 인근 300m는 양방향 전면 통제된 상태다. 추가 붕괴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때문에 인근지역 주민들은 “이렇게 쉽게 무너질 구조물이면 다른 곳은 괜찮은가”라며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동연 지사는 전날 밤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에 내린 비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는지 등을 포함해서 경찰 등과 협조해 나가겠다”며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유사한 사례를 예방하고 만약에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면 분명하게 책임 소재를 따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7일 입장문을 내 “이미 중부지방에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보됐고 정부가 산사태, 옹벽 및 급경사지 등 붕괴위험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주문한 상태였다”며 “오산시의 안일한 대응에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특히 사고 발생 전에 상부도로면의 침하로 인한 붕괴위험에 관한 민원이 있었음에도 오산시가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재해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산시는 설명자료를 내 “7월 15일 오전 안전신문고를 통해 2차로 오른쪽 지반 침하 및 빗물침투 시 붕괴가 우려된다는 민원이 접수돼 유지보수 관리업체를 통해 긴급보강공사를 실시하겠다고 회신한 후 18일 현장복구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시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후 4시쯤 옹벽 위 도로에서 땅꺼짐(직경 40㎝)이 발생해 즉시 복구했다”며 “신속한 대응을 위해 부시장 주재로 현장점검회의를 갖고 상황조치 중 지반 붕괴사고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추가 사고에 대비해 안전 진단 및 복구 작업을 할 예정이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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