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성별 다양성’ 주장하지만 실제와 달라
지속가능보고서 언급과 여성 직원 비중 차이
“워싱 존재 가능성 확인” … 회계저널 분석 결과
국내 기업들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와 관련해 성별 다양성을 지속가능보고서에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저널(6월호)에 실린 ‘한국 기업의 성별 다양성 워싱’ 논문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성별 다양성 언급량과 실제 여성 직원 비중 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별 다양성 워싱의 존재 가능성이 확인됐다.
‘워싱’은 실체를 감추고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기만적 행위를 포괄하는 말이다. ESG 공시와 관련해 환경 부문에서 주로 사용되는 ‘그린 워싱’이 대표적이다.
선우희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등은 2011~2021년 사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한 800개 연도-기업 표본을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이 크고, 장부가치-시가총액 비율이 높으며, 주가변동성이 낮은 기업일수록 성별 다양성 공시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별 다양성에 대한 기업의 주장과 실제 성별 다양성 성과 간에는 일관되고 유의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는 다양성이 부족한 경우도 일부 관찰됐다.
선우 교수는 “성별 다양성의 실제 실천여부와는 상관없이 표면적으로만 약속하는 기업들이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또 워싱 기업으로 식별된 경우 앞으로 ESG 관련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성별 다양성 성과에 비해 다양성 공시가 과도한 기업들을 워싱기업으로 식별하고 이를 미래 기간 부정적 ESG 뉴스의 발생가능성과 관련시킨 결과, 두 변수 사이의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워싱으로 감춰뒀던 성별 다양성의 부재가 시간에 지남에 따라 부정적 ESG 뉴스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2023년 글로벌 성별격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 다양성은 146개 조사대상국 중 105위에 해당한다.
이와함께 이번 연구에서는 성별 다양성 워싱이 ESG 평가기관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워싱을 한 기업들이 오히려 ESG 등급이나 사회(S) 분야, 근로자 관련 점수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기관들이 실제 성과보다 다양성 공시량이 많은 기업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는 의미다.
선우 교수는 “이같은 결과는 정보이용자들이 성별 다양성 워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공시체계 구축 과정에서 워싱 문제를 방지하고 감시할 필요성을 환기한다”고 밝혔다.
ESG 워싱과 관련해 “사회(S)부문 의제들은 제도·문화·산업의 차이에 따라 주요의제에 대한 상대적 중요성이 달라 일괄적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각 의제들의 측정방법론에 대한 논의도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며 “소셜워싱을 식별하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은 사회부문 의제를 효율적으로 정의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번 연구는 한국 기업의 인적자원 다양성 워싱을 식별하는 방법론을 논의함으로써 이 과업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