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학수 물환경에너지연구원장

“물 환경 에너지 융합으로 기후위기 해법 찾는다”

2025-07-21 13:00:07 게재

데이터 표준화로 신산업 창출

“기후위기 시대에 서로 다른 분야끼리의 융합은 필수입니다. 이미 세계는 ‘물-환경-에너지 넥서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초기 ‘반짝’ 관심을 모았을 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15일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이학수 물환경에너지연구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물환경에너지연구원은 미래지향적 거버넌스 확대를 위해 다학제적인 접근을 목표로 한다. 물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합적으로 연결해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산업 발굴에 주력을 하는 싱크탱크다.

사진 이학수 물환경에너지연구원장 제공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역임한 이 원장은 30여년을 물 관련 업무를 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물 관리 일원화(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누어서 하던 △수량 △수질 등 물 관련 업무를 환경부에서 일괄적으로 추진)가 된 뒤 수량과 수질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역할도 했다.

“물과 관련한 정책이 얼마나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지는지 아세요? 환경부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영역에서 물 관련 제도들이 집행되고 있죠.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제도들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서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 작업이 필수입니다. A라는 영역에서 모든 자료가 B 영역에서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앞으로 물환경에너지연구원이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넥서스(nexus·연결)’ 개념이 화두다. 2011년 독일에서 열린 ‘본 2011 콘퍼런스’를 필두로 세계식량기구(FAO)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국제기구들과 각국 정부들은 넥서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글로벌 트렌드 2030’ 보고서를 내면서 4대 메가트렌드에 WEF넥서스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넥서스는 별개처럼 보이는 것들이 하나로 연계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물은 식수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전력생산과 자원개발 식량생산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 온난화로 가뭄이 심해지면 당장 물 부족 문제가 떠오르지만 에너지 식량 나아가 토지이용 문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욱이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호수 등에서는 온실가스들이 뿜어져 나와 기후변화 속도를 더 빠르게 한다. 별개처럼 보이는 사항들이 하나로 연계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온난화로 인한 물 환경 변화로 인한 사회 경제적 파급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21년 TSMC는 대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농업용수를 활용하고 급수차를 동원해야 했다. 이러한 물 공급 문제는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졌고 국제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물 에너지 환경 등과 면밀하게 연결해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다양한 영역에서 축적된 물 관련 데이터들을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통일된 하나의 프로토콜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민간에 흩어져 있는 집단 지성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거창하게 거시적인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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