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취업대란 예고…새정부, 회계사 선발인원 조정할까

2025-07-23 13:00:01 게재

빅4 회계법인 700~800명 채용 전망 … 올해 합격자 최소 1200명

경영 여건 악화, 취업문 좁아져 … “학벌·스펙 등 합격에 영향 미쳐”

작년 미취업 100여명, 갈수록 취업 난항 … ‘선발 축소 여부’ 쟁점

올해 공인회계사들의 취업문이 더 좁아질 전망이다. 한때 ‘회계사 시험 합격은 곧 빅4(삼일 삼정 안진 한영) 회계법인 입사’가 공식처럼 여겨지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오는 9월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자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최소 1200명의 회계사가 시장에 나오지만 빅4의 채용 규모는 700~800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들은 현재 입사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시험에 합격했지만 대학 졸업 후 지원한 회계사들과 작년 2차 시험 부분 합격자 등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2차 시험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수험생 등이다. 회계법인들은 면접 후 합격 통지를 하고 2차 시험 결과에 따라 최종 채용 여부를 정한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외부감사를 강화하는 회계개혁이 단행되면서 회계사 수요는 급증했다. 빅4 회계법인들은 ‘입도선매’를 위해 2차 시험 합격자가 발표되기 전에 미리 신규 회계사를 채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2023년부터 이 같은 추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1250명의 신규 회계사가 배출됐지만 200명 가량이 회계법인에 채용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업이나 금융공공기관 등에 입사한 회계사들을 포함해도 여전히 100여명 가량은 취업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업계는 지난 3년간 금융당국으로부터 외부감사인을 지정받았던 대형 상장사들이 올해 대거 외부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할 수 있게 되면서 수임 경쟁이 치열했고, 업계 전체적으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일감을 확보하느라 매출이 감소했다. 그동안 회계사수를 크게 늘린 것도 경영상 부담이 됐다.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의 컨설팅과 M&A(인수합병) 수요도 줄어들면서 회계법인들의 경영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빅4 회계법인이 신규 회계사를 주로 채용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는 700~800명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800명 보다는 700명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입사 지원자는 늘고 있지만 채용 인원이 줄면서 학벌과 스펙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등 채용 시장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빅4는 대부분 채용과정에서 출신 대학교별 합격 정원(TO)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채용인원을 줄이면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출신 정원은 그대로 두고 그 외 학교 출신들의 정원은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어와 IT 전문성 등을 겸비한 스펙 좋은 회계사들을 선호하고 있다.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면 무조건 영입 경쟁이 벌어졌고 회계사들도 회계법인을 골라서 갔지만 이제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빅4회계법인 이외의 중견·중소회계법인들은 올해 100~200명 가량 신규 회계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산정할 경우 회계법인들이 채용할 회계사수는 800명 수준이다.

올해 최소선발예정인원만큼 회계사 합격자가 나올 경우 신규 회계사는 1200명, 지난해 취업 못한 100명이 더해질 경우 1300명 중 800명만 회계법인에 취업하고 500명은 다른 곳에 취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매년 미취업 회계사수는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매년 11월에 다음연도 회계사 합격 정원인 ‘최소선발예정인원’을 정한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850명을 유지하다가 2019년 1000명, 2020년 1100명으로 확대했다. 2023년에는 1250명으로 더 늘렸지만 지난해 1200명으로 소폭 줄였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미지정(실무수습을 받지 못한) 회계사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 등을 축소 이유로 언급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최소선발예정인원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회계업계에서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회계법인의 한 대표회계사는 “1000명 이하로 선발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회계사 선발인원을 처음으로 정하는 시점에 합격자 정원을 축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회계사 선발인원을 확대한 것은 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 비회계법인에서 회계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점차 시간이 갈수록 사회 전 영역으로 회계사가 진출하는 만큼 당장 선발인원을 줄이는 건 문제라는 의견과 실제로 회계사에 대한 필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만큼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소선발예정인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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