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때 음주가무’ 논란에 고강도 복무감찰

2025-07-23 13:00:22 게재

이 대통령 호통에 총리실·행안부 긴급점검

재난 책임여부 조사도 시작 ‘지자체 초긴장’

재난 상황에서 공직자들의 음주가무 행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서 백경현 경기 구리시장을 직격하며 공직기강 문제를 거론해 파장이 커졌다.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도 즉시 공직기강 점검에 나서면서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산청 실종자 수색하는 경찰 경찰이 22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신등면 모례리 일대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산청 연합뉴스

2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집중호우 기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경현 경기 구리시장이다.

백 시장은 지난 20일 오후 강원 홍천군에서 열린 지역 봉사단체 야유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동영상이 공개돼 구설에 올랐다. 이날 구리시와 인접한 가평군·포천시 등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8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당시 구리시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왕숙천이 범람하고 하상도로 4곳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구리시 공무원 70여명이 비상근무 중이었다. 백 시장이 다음날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세종시에서 발생한 실종 사고와 관련해서는 세종시와 경찰의 늑장 대응이 문제가 됐다. 지난 17일 새벽 한 40대 남성이 금강교 인근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는데, 경찰 등은 사고 발생 23시간이 지난 18일 새벽에서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이 남성의 실종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일은 광주시에서도 있었다. 지난 17일 오후 5시쯤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80대 노인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5일이 걸렸다. 경찰이 18일 CCTV를 역추적해 실종자로 추정되는 주민 신원을 찾아냈지만, 정작 해당 지자체인 광주 북구는 지난 21일까지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특히 이 주민은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저소득층 독거 노인이었다. 재난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집중호우에 앞서 ‘오송참사 2주기 추모기간’ 김영환 충북지사의 술자리도 문제가 됐다. 김 지사는 추모기간인 지난 12일 저녁 청주시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소속 청주시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공직기강을 넘어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 문제도 불거졌다. 당장 16일 경기 오산시에서 발생한 옹벽붕괴 사망사고가 대상이 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2일 이 사고와 관련해 오산시 재난안전·도로건설 관련 부서, 시공사인 현대건설, 감리업체인 국토안전관리원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 사고가 시공과 관리 부실로 인해 벌어진 인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시민재해 위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처럼 재난 기간 공직자들의 복무기강 문제가 불거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엄중 문책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죽어가는 그 엄혹한 현장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대책 없이 행동하는 정신 나간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아주 엄중히 단속하기를 바란다”며 “공직사회는 신상필벌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지시에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는 즉시 고강도 복무감찰에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2일 경기 구리시와 세종시 등 일부 지자체의 폭우 대응과 관련해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에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행안부 감찰도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휴가철을 맞아 각 지자체에 나가 있는 복무감찰팀을 통해 재난대응 관련 공직기강도 함께 점검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전감찰담당관을 통해서는 재난대응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와 책임소재 여부를 점검한다.

한편 이 같은 정부 압박에 지자체 공무원들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 속에서 재난대응을 하고 있다”며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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