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육성, ‘퍼주기식 지원’ 아닌 전략적 접근
유럽 수소 산업도 도전 직면
“그린수소 활성화가 가야 할 길이라는 선언적인 단계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신호를 국가가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일정 기간 동안은 보조금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지만 무제한으로 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줘서는 안됩니다. 조건과 지원 규모 등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해서 시장이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고 국가 재정도 신경을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죠.”
25일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단장은 “몇 년도까지 어떤 목표를 달성하면 지원금을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탈락되는 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그다음 단계에서는 다른 지원 정책을 활용해 시장 진입을 유리하게 하는 식으로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그린수소 경제성 확보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커진다. 청정수소(기존 생산 방식 대비 탄소배출을 60~70% 덜 뿜어냄)의 일종인 그린수소는 수력 조력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을 활용해 수전해 과정을 거쳐 생산된 수소다. 수전해는 정제된 물(순수)에 전력을 공급해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인 ‘웨스트우드 글로벌 에너지그룹’의 ‘수소 나침반 보고서 7월호’에 따르면, 유럽 수소 시장은 진전은 있지만 큰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독일에서는 세계 최대 철강 제조사인 아르셀로미탈의 친환경 철강사업 철수로 독일 에너지 기업 EWE의 50MW 전기분해 수소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영국에서도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업체인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가 20억파운드 규모의 수소터미널 건설을 중단했다. 하지만 동시에 영국의 수소 수전해 전문 회사인 ITM 파워가 120MW 규모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하고, 독일에서는 상업용 합성원료 생산이 시작되는 등 성과도 나타나는 중이다. 이 사례들은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수소 경제 성패를 가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5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수소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천연가스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수소를 추출하고 이산화탄소 대신 고체 탄소를 부산물로 얻는 청록수소를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 확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정수소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다. 또한 2030년까지 발전 수송 산업 부문에서 급증하는 청정수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국내 청정수소 생산 역량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 확대 연구’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무탄소전원 기반 수전해 기술은 약 10MW 전해조를 활용해 연간 최대 청정수소 1500톤이 생산 가능하지만 국내 무탄소·저탄소 전력 공급 여건상 대규모 생산 어려움이 상존한다”며 “국내 청정수소 생산을 촉진하고 생산단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부 재정 투입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라 그레이·블루·그린·핑크 등으로 나뉜다. 그레이수소의 경우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물에 함유된 수소를 추출한다. 전세계 수소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배출되는 문제가 있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 개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제거한 경우다. 핑크수소는 원자력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