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질타에 금융권 전방위 투자·지원 나서기로

2025-07-28 13:00:04 게재

당국, 생산적 투자 요청 … 금융협회장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금융권 적극 협력”

정부 ‘투자 걸림돌 규제’ 전면 재검토해 완화 … TF 구성해 금융혁신 과제 선정·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기관을 향해 ‘이자놀이’라고 질타한 이후 금융권이 전방위적으로 생산적 투자를 늘리고 소상공인과 서민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오전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5개 금융업권(은행, 금융투자, 생명·손해보험, 저축은행) 협회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많은 만큼, 금융의 역할과 혁신에 대해 정부와 금융권이 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이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한 적극적인 변화를 주문하면서 열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 기자 회견에서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 영역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유입돼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복원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24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손쉬운 주택 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을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이날 권 부위원장도 “금융이 시중 자금의 물꼬를 AI 등 미래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 생산적 영역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한다”며 금융권의 지원을 요청했다.

5개 업권 금융협회장들은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 합동 100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해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금융권이 펀드 조성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효율적 자금배분을 통해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국민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본시장은 기업이 자금을 투자받고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공유 받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인 만큼, 과도하게 예금·대출에 치우친 금융 구조에서 자본시장·투자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은 예대마진에 집중하는 영업 관행에서 탈피해 생산적 자금공급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권은 자본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좋은 기업을 선별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험권은 생산적인 국내 장기투자를 늘려 나가면서 동시에 보험 관련 분쟁과 민원이 많은 만큼 금융 소비자 시각에서 개선할 부분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저축은행권은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이 자금 쏠림을 유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지역·소상공인·서민 밀착 금융기관으로서 역할 재정립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금융권의 자율적인 가계부채 관리 노력 강화 △2차 추경예산 사업으로 시행될 장기연체채무자 지원 프로그램과 새출발기금 확대에 적극 동참 △금융회사의 자율적·선제적인 상시 채무조정과 과도한 추심관행 개선을 통한 취약계층 재기 지원 △대규모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체계 개혁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등 민생금융범죄 근절을 위한 시스템 구축, 기관 간 협력 강화 △금융권 수익 일부를 서민금융상품 공급 확대에 활용하는 등 금융권의 역할 강화를 언급했다.

금융협회장들은 금융권이 변화할 수 있도록 정부도 경직적인 법과 규제, 감독관행이 없는지 살펴봐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금융회사들이 생산적 투자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권 부위원장은 “장애가 되는 법, 규제, 감독관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 여건에 맞지 않는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업권별 규제를 살펴서 조속히 개선할 것이며, 이를 토대로 금융권이 생산적 분야로 자금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이 위험가중자산을 산정할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기업 대출이나 모험자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위험가중치에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높이고 정책 펀드와 벤처 투자 관련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금융권, 금융수요자, 전문가 등과 함께 ‘현장 중심 TF’를 구성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논의해 금융혁신 과제를 선정·추진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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