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덮친 ‘기후플레이션’
배추 한포기 5천원 넘어
시금치 한달 새 153%↑
폭염과 폭우에 농축수산물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당장 채소값이 급등하고 있다. 시금치는 한달 새 153% 뛰었고 배추는 5000원을 넘어섰다. 여름 과일은 제철을 맞았지만 가격 하락폭은 제한적이다. 우유 생산도 크게 감소했다. 광어나 우럭 같은 양식 어류는 폐사하기 시작했다. 여름철 물가관리에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시금치는 100g에 2276원으로 전월(898원) 대비 153.45% 급등했다.
배추 한포기 가격은 5150원으로 지난달 3621원보다 42.23% 올랐다 상추는 100g당 29.53% 오른 1250원을 기록했다. 제철을 맞은 열무도 1㎏당 3919원으로 지난달(2545원) 대비 53.99% 상승했다. 여름철이 시작되기 전인 5월엔 배추 3100원, 상추 790원, 열무가 2100원대에 거래됐다.
배추 수급불안의 원인은 폭염이다. 밥상물가에 영향을 주는 품목인 배추는 서늘한 기후(18~20℃)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다. 7월부터 출하되는 여름 배추는 해발 400m 이상의 고랭지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 폭우와 폭염에 매우 취약해 생산량 변동성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중순 이후의 고온으로 여름 배추의 생육이 부진할 우려가 있다고 이달 초 경고한 바 있다.
통상 수확기에는 가격이 내리던 과일값도 꿈쩍 않고 있다. 참외는 10개당 1만8806원으로 지난달보다 1.01% 내리는데 그쳤다. 복숭아는 10개당 2만629원으로 가격을 유지했다.
무더위에 전국 곳곳에서 가축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전국에서 돼지 닭 오리 등 가축 101만1243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9만6148마리)의 10배가 넘는다.
최근 32℃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우유 생산량이 많게는 20% 정도 줄어들고 있다. 28일 낙농진흥회는 우유 원유(젖소가 생산한 젖으로 가공하지 않은 것) 생산량이 5~10%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땀을 적게 흘리는 동물인 젖소는 더위에 취약하다.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젖소의 대부분인 홀스타인종은 기온이 27 ℃ 이상이면 사료 섭취량이 감소한다. 특히 32℃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면 우유 생산량이 많게는 20% 줄어든다.
원유 생산이 급격히 줄면서 생크림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디저트 가게나 카페 점주들은 대리점에서 생크림을 잘 공급받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폭염이 더 길어진다면 우유 공급 자체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플레이션(기후+물가상승)은 가공식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서울우유는 ‘아침에주스 제주당근’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일부 제품은 당근농축액으로 국내산이 아닌 미국산을 쓰기로 했다. 작황이 부진해 국내 당근 농축액 가격이 3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