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자보다 투자”…은행권 “손발 묶여”

2025-07-29 13:00:00 게재

은행연합회, 펀드·퇴직연금 등 투자업무 규제 개선 요구

4대 금융, 상반기 이자이익만 21조원 규모로 역대 최대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이자수익 의존을 비판하면서 투자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는 제도개선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은행권은 지금과 같은 규제 아래서는 이자이익 외에 수익을 낼 수있는 투자 업무가 제한돼 있어 이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주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최고 이자이익 실적발표와 맞물려 금융권 전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부각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규제와 대출규제, 투자업무 범위 등에 대한 온갖 규제로 손발을 묶어놓고 이자수익만 낸다고 하면 어쩌란 거냐”며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제도적으로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이러한 규제 완화 요구는 이미 지난달 새정부에 정식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의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이라는 제안서를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에는 금융산업 혁신과제로 △은행의 비금융 진출 확대 △은행의 해외 비금융 플랫폼 인수 허용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범위 확대 등 모두 7가지 과제를 담고있다.

혁신 과제의 내용이 대부분 특정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 해달라거나 그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식이다. 그만큼 은행이 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제한돼 있고, 특히 투자활동의 경우 손발이 묶여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범위 확대와 관련 펀드와 퇴직연금 등의 운용에서 투자일임업무가 불가능해 고객의 지속적 수익률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단기적으로 은행이 판매하는 공모펀드와 퇴직연금에 대해 일임형 종합자산관계계좌(ISA)와 같이 투자일임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은행연합회는 그러면서 “그동안 다양한 의견 등으로 은행은 투자일임업에 진출하지 못했다”며 “디지털 금융확산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 및 해외사례를 감안해 (장기적으로) 은행의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8일 오전 “장애가 되는 법과 규제, 감독관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가 위험부담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부분도 조속히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을 비롯한 증권 및 보험업계 등 각 업권의 요구를 적극 수렴해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권의 투자업무 확대 등에 대해 증권업계의 반발 등 업권간 이견이 커 어느정도 수준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한편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20조원 넘는 이자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공시한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21조9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0조8106억원)보다 1.4%(2818억원) 증가했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이 6조3687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밖에 △신한금융 5조7188억원 △우리금융 4조5138억원 △하나금융 4조4911억원 등의 순으로 이자이익이 컸다.

순이익도 역대급이다. 4대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0조3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9조3456억원)보다 10.5%(9798억원) 늘었다. KB금융이 3조435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7744억원)보다 23.8%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3조37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7470억원) 대비 10.6% 늘었다. 하나금융도 같은 기간 2조687억원에서 2조3010억원으로 11.2% 증가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순이익이 1조7555억원에서 1조5513억원으로 11.6% 줄었다. 연말 희망퇴직 비용이 올해 1분기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우리금융은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는 자사주 추가 매입 등 주주환원책도 내놨다. KB금융은 주당 92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하고, 8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계획을 발표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주당 570원, 913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고, 8000억원과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우리금융도 2분기 배당금을 지난 1분기와 같은 주당 200원으로 결정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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