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극한호우에도 ‘속도’가 중요하다
또 비가 왔다. 그것도 ‘기록적’ ‘극한’이라는 수식어가 또 붙은 비다. 충남지역은 이제 극한호우가 ‘새로운 일상’이 됐다. 이제 몇년째인지 세지 않는다.
원래 충남은 자연재해가 없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충청도 사람들 기질을 설명할 때 흔하게 나오는 단어가 ‘여유’ ‘온순’ 등이다. 그리고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이렇다 할 자연재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를 잇는다.
이 같은 분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올해 충남 서·북부권 극한폭우에는 ‘200년 만에 내린 비’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100년 만에 내린 비’라고 했다. 다만 다른 점은 지난해 피해 중심지역이 충남 남부권 금강벨트라는 점 정도다.
금강의 다른 이름인 ‘백마강’이 위치한 충남 부여군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수해특별재난지역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부여군은 올해 이 같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피해가 없다는 게 아니다. 그나마 서·북부권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서다.
갑자기 왜 이리 충청권에 비가 내리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기후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장마전선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한해는 수도권, 한해는 남부권, 한해는 경북 북부와 강원권 이렇게 돌아가며 수해가 일어나는데 충청권은 ‘고정’이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다. 수해가 발생하고 둑이 무너지면 왜 둑을 더 높게 쌓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둑을 넘을 정도의 폭우는 수십년에 한번 발생한다. 둑을 새로 높게 쌓고 하천을 넓게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차라리 수십년에 한번 입는 비 피해액을 감수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얘기도 수십년은 아니더라도 몇년에 한번씩 일어날 때나 가능한 얘기다. 매년 물이 둑을 넘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부도 눈치를 챈 듯하다. 수년째 같은 현상이 반복하자 국가하천을 잇따라 지정하고 지방하천이라도 국비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속도다. 국비를 투입하기로 결정해놓고도 설계조차 하지 않은 하천 정비사업지역이 수두룩하다.
매년 물이 둑을 넘는데 관행만 절차만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충남 당진시는 최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빗물펌프장 ‘우선 시공’을 요구하며 도시침수예방사업의 기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당진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이 둑을 넘어 시장을 덮쳤다. 내년 당진에 또 다시 폭우가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내년에도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정부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속도’인 듯하다. 정부의 속도감 있는 행정력을 기대해본다. 오죽하면 느리기로 소문난 충청도가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