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4 회계법인 AI에 90억달러 투자

2025-07-31 13:00:02 게재

감사인 처리 가능 고객수 30%↑ … 표본검사→전수조사

국내 감사업계 AI활용 초기단계 … “한공회·정부역할 확대 필요”

글로벌 빅4 회계법인들이 인공지능(AI) 기술에 최근 4년간 90억달러(한화 약 12조5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감사업계의 AI 활용이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친다는 점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정부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최운열)가 30일 개최한 ‘제1회 AI혁신감사인증포럼’에서 정태진·나현종 한양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내 회계감사업계의 AI 기술 활용 현황 및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역할’을 발표했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 중 PwC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2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같은 기간 KPMG, 딜로이트, EY는 각각 21억달러, 20억달러, 24억달러를 투자했다.

투자 집중 분야 비중은 기술개발(자체 AI플랫폼 구축)이 40%로 가장 높고, 인재영입(AI전문가 및 DS) 25%, 교육훈련(기존 인력 AI역량) 20%, 파트너쉽(기술기업과 제휴) 15%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회계분야에서 상용화된 4대 핵심 AI 기술은 △머신러닝 △대규모 언어모델 △RPA(자동화) △광학문자인식(OCR) & 컴퓨터비전 이다. 머신러닝은 패턴 인식을 통한 이상거래 탐지 및 위험 예측 감사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승인한도 1만달러 미만인 9999달러 거래가 한달에 100건 발생할 경우 자동 탐지하는 것을 말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복잡한 텍스트 분석 감사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200페이지 임대차 계약서에서 ‘연장 옵션’, ‘매입 선택권’ 등의 조건을 자동 식별하는 방식이다. RPA는 단순 반복 업무의 자동화다. 예를 들어 매월 은행 잔액 증명서 1000건을 자동요청해서 받은 후 ERP시스템과 대조하는 것으로 회계사들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OCR은 문서기반 증거의 디지털화 및 자동분석감사에 이용된다. 송장처리, 서명검증, 문서 진위성 확인 등에 적용된다. 스캔된 구매 송장에서 공급업체명, 금액, 승인 서명 등을 자동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PwC는 'ChatPwC'를 개발해 20만명 직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20~40%의 생산성이 향상됐다. 차세대 감사 플랫폼을 내년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또 AI, 사이버보안, 데이터분석 전문가를 집중 채용해 내년까지 10만명 신규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My AI 프로그램에는 미국 직원 7만5000명(참여율 95%)이 참여해 교육을 받았다.

KPMG도 AI플랫폼인 ‘KPMG Ignit’를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또 ‘KPMG Studio’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EY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올해 3월 ‘EY.ai Agentic Platform’을 개발했으며, 딜로이트도 생성형 AI 통합 감사 솔루션인 ‘Omnia 플랫폼’을 개발했다.

정태진·나현종 교수는 “AI 도입으로 감사인의 능력은 대폭 향상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연구결과를 보면 루틴 업무자동화를 통해 감사인 1인당 처리 가능한 고객수는 30% 증가하고, 고위험 영역에 대한 식별 정확도는 45% 가량 향상된다”고 밝혔다.

자료수집이 용이해지면서 더 많은 시간을 분석과 해석에 할애할 수 있고 사기 위험 예측은 기존 60%에서 85%로 높아진다. 내부통제 약점 예측은 45%에서 78%, 재무제표 오류 예측은 55%에서 82%로 향상된다는 것이다. 또 표본 감사를 전수조사로 전환해 계약서 전수 분석을 통해 숨겨진 조건을 적발할 수 있고, 증거수집 능력도 확대된다.

해외 회계전문가단체들은 적극적으로 회계분야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제공, 가이드라인 및 표준개발, 회원사 지원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영국 ICAEW(잉글랜드 & 웨일즈 공인회계사협회)는 대형-중소형법인 간 AI 도입 격차를 인식하고 중소형법인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회계감사업계의 AI 활용은 걸음마 단계다. 올해 5월말에서 6월초까지 국내 회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감사단계별(6단계) AI기술을 얼마나 자주 활용하는지’을 묻는 점수형 질문(1~5점)에 답변은 각 단계별로 1.4~2.3점에 그쳤다. 실증 절차(2.3점)만 유일하게 2점을 넘겼다.

대형회계법인에서 활용도가 높았고 중소형 회계법인과 개인 회계사사무소의 활용률은 매우 낮았다. 기술 도입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데이터 접근성 부족, 비용 및 자원의 제약, 감사인의 역량 부족 등이 현실적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정태진·나현종 교수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글로벌 회계전문가단체 사례를 바탕으로 AI기반 감사생태계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AI기반 플랫폼 구축 및 정책지원 등을 통해 회계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중소형 회계법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와의 협업을 통한 세제지원·데이터접근제도의 마련을 요청해야 한다”며 “AI감사기술과 관련된 정책적 연계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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