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기념, 안성시 대규모 문화사업 추진

2025-08-04 11:44:19 게재

학술대회·문화제·위패봉안 등 다채

광복절 문화축제 ‘다시 찾은 빛 80’

경기 안성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8월 한달간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시민과 함께 역사적 감동을 나누기 위해 대규모 기념 문화사업을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안성은 3.1 운동 전국 3대 실력 항생지로 1919년 4.1만세 항쟁을 통해 일제 폭압에 맞서며 ‘2일간의 해방’을 쟁취했다. 이를 기념해 안성시는 그동안 안성3.1운동기념관을 중심으로 관련 행사와 교육을 진행하고 지역 독립운동 인물 발굴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독립 영웅 위패를 모시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다시 찾은 빛, 80’이라는 슬로건 아래 학술·전시·공연·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행사는 안성3·1운동기념관을 비롯해 국회의원회관, 스타필드 안성 등 다양한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누리고 소중한 역사를 돌아보는 시민 참여형 문화축제로 꾸며진다.

“일제가 3.1운동을 내란죄로 검토했다고?”‥이색 소재 학술 세미나 눈길

사진은 손병희외46인 경성지방법윈 판결문. 안성시 제공
사진은 손병희외46인 경성지방법윈 판결문. 안성시 제공

무엇보다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학술심포지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8월 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리는 행사는 ‘3.1운동, 일제는 왜 내란죄 적용을 포기했나’를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깊이 있는 발표와 논의가 진행된다.

특히 3·1운동 재판 과정에서 일제가 내란죄 적용을 검토했던 사례를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독립운동에 대한 일제의 법적, 정치적 입장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숨겨진 의도를 해부한다. 이는 당시의 대표 사건과 인물 등을 바탕으로 전개 양상, 특징, 재판 과정 등을 처음으로 비교·분석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체적으로는 △일제의 3·1운동에 대한 내란죄 적용 검토와 정치적 함의 △민족대표 48인 사건의 재판 △화성지역 3·1만세운동과 일제의 내란죄 적용 시도 △안성 원곡면·양성면 만세 시위 운동과 재판 과정 등 4편의 주제 발표 및 종합 토론이 이어진다.

안성 원곡면과 양성면 만세운동은 당시 3.1운동을 기획하고 주도한 민족대표 사건보다 훨씬 높은 형량이 선고됐을 정도로 강력한 탄압을 받았다. 이는 일제가 조선인의 조직적 저항을 ‘내란’으로 규정하려 했지만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부정하게 될 것을 우려해 결국 보안법 위반으로 판결한 배경과 맞물려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안성3·1운동기념관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협력해 마련했으며 관련 연구자와 독립운동가 후손, 시민 등이 참여해 독립운동 재판이라는 역사를 보다 깊이 들여다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분의 이름도 잊지 않겠습니다”‥광복사 위패 봉안식 개최

오는 6일 안성3.1운동기념관 광복사에서 독립운동가 위패 봉안식이 열린다. 사진 안성시 제공
오는 6일 안성3.1운동기념관 광복사에서 독립운동가 위패 봉안식이 열린다. 사진 안성시 제공

학술 세미나 다음날인 8월 6일 오전 10시 안성3.1운동기념관 광복사에서는 지역 독립운동가들의 넋을 기리고 그 뜻을 후대에 전하는 위패 봉안식이 열린다. 광복사는 안성3·1운동기념관 내에 조성된 추모 공간으로, 2001년 6월, 첫 위패 봉안을 시작으로 매년 독립운동가의 발굴과 서훈에 따라 위패를 추가 봉안해 왔다. 현재 광복사에는 총 328분의 독립운동가 위패가 봉안돼 있다.

올해는 김분남 선생과 이교정 선생의 위패가 새롭게 봉안된다. 김분남 선생은 안성시 읍내면 장기리 출신으로, 1930년 정신여학교 재학 중 광주학생운동에 동조해 만세운동과 동맹휴교에 참여했다. 이교정 선생은 양성면 명목리 출신으로, 1919년 양성면 만세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돼 형벌을 받는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시 관계자는 “이번 봉안식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독립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삶과 정신을 온전히 기억하고 후대에 전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라며 “앞으로도 안성이 독립운동의 고장으로 역사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찾은 빛 80’ 온 가족이 함께하는 광복의 희열

광복 80주년 기념 안성 4・1독립항쟁 재현행사에서 만세삼참 모습 (1)
광복 80주년 기념 안성 4.1독립항쟁 재현행사 참여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사진 안성시 제공

8월 15일 광복절 당일에는 모든 세대가 화합하고 감동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축제, ‘다시 찾은 빛 80’이 개최된다. 당일 오전 안성3·1운동기념관에서 지역 독립운동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헌화식을 시작으로, 기념관 전시실과 야외광장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역사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후에는 스타필드 안성으로 무대를 옮겨 1945년 광복 당시 안성 장터의 분위기를 재현한 메인 행사가 열린다. 애원극장, 호서은행, 안성역 등 일제강점기 안성의 명소를 미니어처로 복원한 공간에서 타임슬립 포토존, 독립운동 요원을 찾아라, 광복의 기쁨 몸으로 말해요 등 흥미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광복을 맞은 안성장터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과 댄스 및 노래, 관객 참여형 서커스 등 풍성한 문화 이벤트도 펼쳐진다.

AI로 복원된 독립운동가, 후손의 손에 전해지다

사진은 AI로 복원된 독립운동가 남시우 선생
사진은 AI로 복원된 독립운동가 남시우 선생. 안성시 제공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다시 만난 독립운동가’ 행사이다. 시는 AI 복원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되살리고 이를 후손에게 전달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다.

그동안 광복회 안성시지회와 안성3·1운동기념관은 ‘안성 독립운동가 얼굴 찾기’ 사업을 공동 추진했고, 올해는 후손의 얼굴 사진을 토대로 유전적 특징을 분석해 AI 기술로 복원 이미지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번에 사진 복원이 이뤄진 독립운동가는 남시우 선생, 윤규희 선생, 이진영 선생, 장덕관 선생, 한응교 선생 5명이다.

이 행사는 위대한 역사 속에 지워졌던 얼굴과 기억을 세상에 다시 드러내는 상징적 작업으로, 복원된 사진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화합의 연결고리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이번 기념사업을 통해 안성 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지역 공동체가 더욱 단결하며 상생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단지 과거를 기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오늘날의 감동으로 발현해 시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