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문화사업에 공들이는 이유
콘텐츠 소비시대…경계 허물어 접점 늘린다
제스프리, 마스코트 가상아이돌로 등단 … 빙그레 디지털 세계관 전파 ·매일유업 감성콘텐츠 생산
유통업계가 상품개발만큼 문화콘텐츠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마스코트(특정 브랜드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가상 아이돌로 등단시키기도 하고 브랜드 세계관을 디지털을 통해 핵심소비자에게 전파하기도 한다. 유명 캐릭터와 손잡고 감성 콘텐츠를 만드는 건 다반사다. 바야흐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인 탓이다. 상품과 콘텐츠를 넘나들며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게 곧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음악·영상·디지털 기술과 콘텐츠를 활용한 ‘문화 콘텐츠형 브랜드 경험’이 유통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는 것보다 브랜드와 자발적이고 감각적인 관계 맺기를 선호한다”면서 “광고와 홍보를 넘어 브랜드가 대중이 즐기는 문화의 언어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일상에 스며드는 새로운 마케팅전략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대표 캐릭터 ‘펭수’가 ‘콩국수’라는 음원을 낸 것도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와 공유를 자극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설이다.
식음료업계와 유통가에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나 메시지를 문화코드와 결합해 소비자 일상 속 문화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제스프리는 지난달 23일 마스코트 캐릭터 ‘키위브라더스’를 지에스피(ZSP)라는 가상기획사 소속 아이돌로 설정해 이수현(악동뮤지션 가수)과 협업한 ‘빈틈없이 꽉’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 콘텐츠는 음악을 통해 ‘영양이 빈틈없이 꽉 찬 밀도푸드’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소비자를 단순 시청자에서 문화 참여자로 전환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캐릭터를 단순 소비재 상징으로 두는 게 아니라 대중이 소비하는 음악 콘텐츠 영역으로 브랜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한 경우다. 시나브로 좋은 과일(음식)을 먹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충성고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빙그레도 지난달 브랜드팬덤(충성고객)과 디지털 세계관을 연결하는 캠페인 ‘빙그레 비밀학기’ 시즌2를 벌이고 있다. 이번 캠페인의 경우 Z세대를 겨냥 인공지능(AI )기반 브랜드 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게 앞선 행사와 다르다.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소비자가 브랜드 세계관을 함께 경험하고 개인화된 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했기 때문이다.
실제 빙그레 세계관 속 ‘학기’라는 설정에 AI 기술을 자연스럽게 결합해 브랜드가 소비자 일상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디지털 경험을 제공한다. 참여자가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AI챗봇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자신만의 강의를 생성할 수 있다. 본인 사진을 업로드(올리기)하면 ‘빙그레 비밀학기’ 개념에 맞춘 AI 프로필 이미지를 만든다. 생성된 시간표엔 본인만의 강의가 반영되는 데 이를 개성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빙그레는 측은 “브랜드 고유 세계관을 단순한 마케팅 자산을 넘어 하나의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시켰다”고 자평했다.
매일유업은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와 세계적인 캐릭터 ‘무민’과 손잡고 감성 콘텐츠를 선보였다. 단순한 제품 마케팅을 넘어섰단느 평가다. 연말까지 선보일 콘텐츠는 제스프리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철학을 소비자 일상과 문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귀리 음료의 ‘착한 생산 과정’을 친근한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풀어내며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섰다. 영상 콘텐츠는 음료 한 잔에 담긴 지속가능성과 자연 친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쓴다. 정보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문화적 스토리텔링으로 확장한 사례인 셈이다.
또 브랜드 경험을 실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메이징 오트 활용 카페들과의 손잡고 무민 굿즈(기획상품) 등 다양한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해 소비자와 소통을 넓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브랜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고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문화 콘텐츠 중심의 브랜드 관계 맺기를 확장 중인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