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 자국내 백색가전사업 매각 검토…삼성 등 거론

2025-08-05 13:00:40 게재

수익성·경쟁력 등에서 한국·중국기업에 고전

사회인프라·디지털접목 등 그룹 전략과 배치

브랜드 영향력 등 고려해 사업 지속 가능성도

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자국내 백색가전 사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복수의 기업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라며 “히타치가 국내 백색가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며 “복수의 기업에 타진했고, 삼성전자 등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히타치는 소니와 도시바, 파나소닉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전기·전자산업의 강자였지만 한국과 중국, 대만 등의 업체에 밀려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히타치는 이미 2016년 해외가전부문은 트뤼키예의 알세틱에 매각한 이후 일본 내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일부 가전사업만 명맥을 유지해왔다. 계열사인 히타치GLS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 대비 2% 감소한 3676억엔(약 3조5000억원) 수준이다.

히타치는 매각과 관련 복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삼성전자 등이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각이 현실화되면 금액은 1000억엔(약 9400억원)에서 수천억엔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히타치의 이러한 방침은 자사의 중장기적 전략사업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철도나 송배전 설비, IT서비스, 산업 기기 등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 개발과 유지 및 보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중장기 성장전략의 기본축을 이른바 ‘르마다’ 사업으로 집약해 왔다.

히타치는 2020년 스위스 ABB사의 송배전사업과 2021년 미국 글로벌로직사 인수합병 등을 통해 사회인프라와 디지털에 강점을 갖는 기업을 매수했다. 가전부문은 이러한 히타치그룹의 전략적 사업재편에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도쿠나가 도시아키 사장은 지난 6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사업구조 개혁은 끝은 없다”면서 “성장을 위한 개혁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가전부문은 소비자에 대한 브래드 인지도 측면에서 사업을 지속하는 것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전기공업회(JEMA)에 따르면, 2024년 백색가전의 일본내 출하 금액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2조5838억엔(약 24조3000억원) 규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전망은 밝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 백색가전은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업체 경쟁력이 강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주도권은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으로 대체됐다. 중국 하이얼은 2012년 옛 산요전기의 백색가전사업을 인수했다. 2016년에는 경영부실에 빠진 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을 중국의 메이디에 매각했고, 샤프는 대만의 홍하이정밀이 인수했다.

현재 일본 업체 가운데 파나소닉과 미쓰비시전기 등이 가전부문을 지속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 등과 가격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영국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냉장고 세계시장 점유율은 하이얼이 22.8%로 선두이고, 세탁기도 하이얼(27.5%)과 메이디(13.1%)가 앞서 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백만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