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속 히타치 글로벌 분산경영 주목

2025-08-05 13:00:41 게재

10년 전부터 '현지생산·현지판매' 전략 주효

미국내 연구개발 및 생산거점 등 다수 확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은 가운데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글로벌 분산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값싼 노동력 등을 기반으로 특정 지역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제품을 미국 등지에 내다 팔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히타치의 10년에 걸친 글로벌 분산형 경영혁신이 트럼프의 관세 충격을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히타치의 지역별 매출 비중은 북미 비중이 16%로 2014년(11%)에 비해 증가했다. 유럽도 같은 기간 8%에서 19%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서 39%로 줄었다.

히타치에너지는 거대한 고압직류송전(HVDC) 설비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증설 등으로 미국에서 전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업이익이 연평균 13~15%씩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지생산, 현지판매’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히타치에너지는 HVDC 등 미국에서 필요한 공급망을 미국 내에 구축해 왔다.

주요 구성품인 변압기도 거의 현지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는 향후 강화될 전망이다. 변압기 부품의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가운데 40% 이상은 미국내 투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멕시코, 인도, 유럽,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제조 거검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타치는 2010년대부터 현지생산체제를 구축해왔다.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 회장은 2014년 취임하면서 이른바 ‘자율분산형 글로벌경영’이라는 전략을 제시했다. 의사결정권을 분산시키고, 공급망을 가능한 해당 지역내에서 완결시키는 구조를 정비했다. 실제로 현지 조달비중은 80%를 웃돈다.

이처럼 자율분산형 경영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내구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타치는 앞으로도 공급망 분산을 확대해 나갈 구상이다. 도쿠나카 도시아키 CEO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일과성이 아니다”라며 “현지생산과 현지판매를 더욱 강화해 위험을 줄여나가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올해부터 전세계를 6개 지역으로 나눠 담당 임원을 배치하고, 각 지역에서 전략과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히타치의 이러한 변화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충격이 자리잡고 있다. 히타치는 당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과거의 사업모델을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가졌다.

오노즈카 도모지 도쿄대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주류였던 시대는 얼마되지 않는다”며 “자유무역 체제는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노즈카 교수는 “자유무역의 취약성을 일찍부터 깨달은 기업은 미국 주도 경제질서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왔다”며 “이러한 기업들이 현재 트럼프 쇼크의 혼란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히타치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 늘어난 1922억엔(약 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호관세에 따라 약 40억엔(약 370억원)의 이익 감소가 있었지만, 송배전 설비의 수요가 커 에너지부문에서 관세 영향을 흡수할 수 있었다. 실제 에너지부문의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784억엔(약 7400억원)에 달했다. 그룹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2조2583억엔(약 21조3000억원)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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