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공공’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2025-08-06 13:00:02 게재

국내 1호로 설립된 대전세종충남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최근 진료를 중단하는 일이 있었다. 노조와 병원의 임금협상이 결렬돼 벌어진 파업 때문이다. 다행히 일주일 만에 끝나 최악의 치료중단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를 지켜본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장애어린이와 그 가족들은 무엇보다 ‘공공’의 이름을 단 병원조차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 나아가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문재인정부 때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해 설립한 병원이다. 이름 앞에 ‘공공’이 붙은 이유는 국가가 설립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이 생기기 전까지는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 전국을 떠돌아야 했다. ‘재활난민’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센터 설립이 추진됐고, 1호 병원이 대전에 설립됐다.

하지만 이 병원은 설립 2년이 지나도록 운영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병원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34억6000만원이다. 올해는 좀더 늘어 40억9000만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된다.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이 같은 적자 규모는 해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병원 운영이 지속가능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운영비 문제가 생기니 의료진 처우개선은 언감생심이다.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처우 때문에 직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2년 새 전체 직원 98명 가운데 34명이 퇴사할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정원이 124명이지만 한번도 채운 적이 없다. 이번 파업사태도 이 때문에 벌어졌다.

더 심각한 건 병원 노사가 합의해 인상한 임금과 수당이 모두 합쳐도 연간 1억원도 안된다는 점이다. 고작 돈 1억원에 국민의 한 사람인 중증장애어린이들의 치료받을 기회를 빼앗길 뻔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대전시가 준비 중인 ‘대전 0시 축제’ 예산은 55억원이다. 올해 우리 정부가 세운 캄보디아 ODA 예산은 4353억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 최소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번만이라도 병원 현장을 찾아달라는 환자 가족들의 호소가 애처롭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설립한 성남의료원이 지금의 대통령을 만든 발판이 됐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 전 대통령이 공공병원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그 첫번째 성과물이 대전세종충남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라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병원 앞에 당당히 붙인 ‘공공’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길 바란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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