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당현수막 난립…지자체 해법찾기
과태료 부과하고, 관리시스템 자체 개발
재정공제회, CCTV 활용방식 확산 기대
한동안 잠잠했던 정당현수막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공해 수준의 현수막 난립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단속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과태료 부과부터 전용 관리시스템 구축까지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실제 정당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최근 2년 동안 규정을 어긴 정당현수막에 과태료를 부과한 지자체는 3곳 뿐이다. 대표적인 곳이 광주 광산구다.
광산구는 지난 2월 60건, 3월 19건의 불법 정당현수막을 적발해 과태료 2528만원을 부과했다. 현수막 1건당 35만원꼴로 과태료를 물린 셈이다. 이 때문에 광산구에서 활동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합법적으로 현수막 설치가 가능한 공식 게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광산구 이외에도 올해 2월 경기 김포시가 1건을 적발해 40만원을, 지난해 2~5월 서울 양천구가 18건을 적발해 886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과태료 부과보다 좀 더 진화한 방법이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정당현수막을 관리하면서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현황 파악이다.
현재 정당현수막은 행정동별 2개 이하, 15일 이내 기간만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지자체들이 일일이 파악해 단속하기는 어렵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확인하고 수기로 장부를 작성해 관리하다 보니 단속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한 곳은 서울 강남구다.
강남구가 자체 개발한 현수막 관리시스템은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간단히 접속해 현수막의 위치, 정당명, 설치 기간 등을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자료화해 관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설치 기한과 설치 개수 제한 여부를 자동으로 분석해 위반 여부를 즉시 파악하고, 필요시 바로 조치할 수 있게 돕는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과 같은 정당 현수막 설치 제한 구역도 인식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입소문을 타고 다른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서울 성동구와 경기 부천시는 이미 강남구 동의를 얻어 똑같은 시스템을 가져다 쓰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강남구 시스템을 본떠 만든 자체 관리시스템을 사용 중이다. 이 밖에도 강남구에 시스템 도입을 문의한 지자체가 올 상반기에만 10여곳에 이른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공제회와 함께 도입하려고 검토 중인 관리시스템은 더 혁신적이다. 거리마다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자동으로 정당현수막을 인식해 관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행정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경남 사천시와 경북 경산시에 도입해 시범운영 중인데, 불법 여부 판단율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재정공제회 관계자는 “CCTV를 통해 현수막의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현황 파악도 손쉽게 할 수 있다”며 “조만간 관련 기술을 상용화해 여러 지자체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북 구미시는 아예 정당현수막 전용 게시대를 설치했다. 이른바 ‘정치 우선 현수막 게시대’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6월 6단 게시대 2개를 설치해 시범운영 중인데, 효과가 확인되면 시 전체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당현수막 설치가 늘고 있고, 덩달아 위법 설치도 많아졌다”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