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K-라면·뷰티 최강자의 ‘두 얼굴’
CJ올리브영(올리브영)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온·오프 최강 플랫폼이다. 초창기엔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없지 않았다. K-뷰티 ‘대세’가 되고 나선 논란거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되레 유명세만 더 떨치고 있다. 이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이 필수로 찾는 ‘성지’로 떠올랐을 정도다.
신생 화장품업체는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국내건 해외건 올리브영 도움없인 장사하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한국에선 경쟁상대도 별로 없다. ‘K-뷰티 절대강자’라고 불린다.
황당하게도 이런 올리브영이 ‘중소업체 제품을 베꼈다’고 한다. 지난해 한 중소화장품업체 마스크팩을 비슷하게 만들어 반값에 팔기까지 했다. 이 중소업체는 내수·수출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3년 개발 노력이 물거품될 상황이었다.
올리브영을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중소업체 손을 들어줬다. 올리브영이 모방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씁쓸한 뒤끝이 남는 건 어쩔수 없다. 소송과 재판을 통해 드러났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또 다른 올리브영 민낯을 볼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올리브영은 신생 화장품업체(브랜드) 성장을 도우며 K뷰티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을 들어 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화장품벤처기업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K슈퍼루키 위드 영’도 운영하고 있다. ‘실적욕심’에 벌어진 일탈이었는지, 감춰진 또 다른 얼굴인지는 두고 볼 대목이다.
‘붉닭볶음면’으로 K-라면 위상을 한껏 드높인 삼양식품 역시 올리브영과 유사한 의심(?)을 사고 있다. 삼양식품 공장 직원들이 5일 연속 밤샘근무를 하고 한달에 두번은 주 59시간 이상 일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격주로 토요일마다 10시간씩 특별연장근로까지 했다.
불닭볶음면이 나라 안팎에서 워낙 잘팔려 공장을 모두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고 하니 ‘그럴만도 했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직원들 입장에선 야간근무수당이란 가욋돈에 힘들어도 참고 버텼을 터다. 2019년부터 특별연장근로를 강행했지만 불닭볶음면 신화에 가려 ‘잡음’조차 나오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 오랜기간 직원을 더 뽑지 않고 기존 인력을 쥐어짜기식으로 운영해 온 건 백번 양보해도 잘못한 행태다. 당장 노동자들 밤샘노동으로 불닭볶음면 성공을 일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았을지는 몰라도 가족같은 직원 노고는 저버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불현듯 ‘2020년 경영진의 회삿돈 50억원 횡령 유죄판결’을 소환하게 하는 이유다. K-라면 최강자마저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산업팀 고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