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26개월째 흑자 지속…수출 예상밖 호조
상반기 누적 494억달러, 지난해보다 23% 증가
연간 전망치 넘어설 듯…“반도체 수요 견조해”
경상수지 흑자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등 상품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협상도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여서 하반기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5년 6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6월 경상수지는 142억7000만달러 흑자를 보여 5월(101.4억달러) 대비 40.7% 증가했다. 월간 기준 경상수지는 2023년 4월(-24.3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26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한은은 2000년대 들어 세번째 긴 장기간 흑자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누적 흑자도 49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01.6억달러)보다 22.9% 증가했다.
경상흑자가 장기간 이어지는 배경에는 상품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상품수지는 131억6000만달러 흑자를 보여 5월(106.6억달러)보다 23.5% 늘었다. 수출은 603억7000만달러, 수입은 47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상품수지 흑자도 51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458.5억달러) 대비 13.4% 늘었다. 상반기 누적 수출은 3387억9000만달러 수입은 2868억1000만달러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는 통관기준 151억5000만달러 수출로 지난해 6월(136.2억달러) 대비 11.3% 늘었다. 상반기 누적 수출도 741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1.1% 증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반도체 수출 호조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선수요 효과도 일부 있었던 같다”면서도 “HBM 등 고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본원소득수지도 41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5월(21.5억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상반기 누적 흑자도 145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84.3억달러)보다 73.1%나 증가했다. 해외 자본투자에 따른 배당소득 수지가 34억4000만달러로 5월(15.9억달러)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상반기 누적 105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56.1억달러) 대비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서비스수지는 지속적인 적자를 보였다. 6월(-25.3억달러)과 상반기 누적 (-151.2억달러) 모두 적자를 보였다. 상반기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121.0억달러)보다 25.0% 증가했다. 여행수지 적자는 6월(-10.1억달러)과 상반기(-63.0억달러) 모두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반기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7월 무역수지 흑자(66.1억달러)가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보였고,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신 국장은 “관세가 일부 부정적이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본원소득수지도 흑자가 계속돼 경상수지는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는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최혜국대우를 받기로 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조건은 아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반도체 경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 국장은 “반도체 수출은 예전 반도체 호황 때보다 AI 등 관련 수요가 꾸준하다”며 “반도체 확장기가 전보다 더 길게 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전망을 하면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820억달러로 예상해 지난해(99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누적 흑자가 지난해보다 22.9%나 증가하면서 연간 흑자도 작년 수준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2015년 1051억달러가 역대 최대치였다.
한편 6월 금융계정은 172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9억2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7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98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채권을 중심으로 54억1000만달러 늘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